[대중문화읽기] M.net '2NE1 TV'음악·무대·무대 뒤·인터넷까지 잘 통제된 스타의 '일거수일투족'

지난 7월 31일에 방영된 KBS <뮤직뱅크>의 여성 출연자 수는 38명이었다. 이 압도적인 숫자의 원인은 바로 걸 그룹이다. 38명의 여성 출연자 중 33명이 바로 걸 그룹 멤버들이었던 것이다. 걸 그룹 전성시대다. 올해 초부터 그런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그 조짐이 이렇게 현실로 나타난 걸 보면 놀랍고도 흥미로울 따름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도 여러 할 말이 있겠지만, 오늘의 관심은 이러한 걸 그룹 ‘쓰나미’의 선두에 선 그룹 중 하나인 2NE1이다.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등장한 이 4인조 그룹은 놀라운 속도로 정상을 차지했다. 데뷔곡 ‘Fire’와 후속곡 ‘I Don't Care’는 각종 차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현재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 말 그대로 ‘일거수일투족’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케이블 채널 M.net에서 방송하고 있는 프로그램 <2NE1 TV>다. 기획은 YG에서, 제작은 또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 효리>를 제작했던 최재윤 PD가 전담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프로그램으로서는 놀라운 시청률인 1%를 가뿐히 넘긴 이 프로그램은 아마도 현재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 아이돌 그룹의 홍보 전략과 결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최상의 사례일 것이다.

기본적인 포맷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약 한 시간 분량의 ‘본방’인 <2NE1 TV>가 있다. 멤버들은 ‘자연인’과 ‘생활인’으로서의 모습을 비교적 솔직하게 보여준다. 물론 ‘좋은 쪽으로’다. 땀과 열정, 그리고 웃음과 눈물,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다. 색다른 형식 실험들이 첨가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4시간 내내 틈틈이 방송되는 ‘해적방송’이다.

약 10초에서 15초 사이의 짧은 영상들이 아무 때나 튀어나온다. 하루 종일 M.net을 본다면 모를까, 이를 모두 챙겨볼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 영상들 중에서는 ‘본방’ <2NE1 TV>에 포함되지 않는 장면들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제공하는 미투데이 서비스(트위터와 비슷한 개념의 단문 메시지 서비스)에 멤버들의 근황이 틈틈이 올라온다.

또한 제목이 <2NE1 TV>라지만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의 다른 사람들, 즉 빅뱅, 작곡가 겸 프로듀서 테디, 양현석 대표 등의 모습도 번갈아가며 나온다. 그럴 때마다 제목도 살짝 바뀐다. ‘빅뱅 TV’, ‘테디 TV’, ‘양군 TV’(‘양군’은 양현석 대표의 별명이다) 같은 식으로. 물론 드러나는 부분들은 모두 비슷하다. ‘전문인인 동시에 자연인’의 모습이다.

이러한 형식 실험이 목표하는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거수일투족을 보여 준다는 가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실제 최재윤 PD 역시 <10asia>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포맷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건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것처럼 어딘가 2NE1의 24시간을 보여주는 가상의 채널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고서 만든 시스템이다. M.net에서 누군가 채널을 바꾸면 2NE1이 밥을 먹고 있거나, 어딜 가고 있거나, 맥락은 알 수 없지만 그 시각 그들의 모습이 보이는 거다.”(‘가상’과 ‘상상’이라는 말이 연달아 나온다는 데 주목하길 바란다).

이 목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시간적인 측면과 공간적인 측면이다. 우선 시간적인 측면. 일반적인 형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의 ‘가상의 쌩얼’을 특정한 시간에만 보여준다면 <2NE1 TV>는 방영 시간축을 극단적으로 확장한다. 시청자들은 마치 점과 점 사이에서 직선을 상상해내듯 간헐적으로 방송되는 토막영상들을 보면서 2NE1이 24시간 내내 TV에 나오고 있다는 착시 현상에 빠질 수 있다.

더불어 미투데이를 통한 ‘실시간 중계’는(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8월 4일 오전 12시 04분’에 멤버 CL이 올린 포스트가 있다) 토막영상 사이를 좀 더 촘촘하게 이어주는 작은 점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공간적인 측면. 이것은 ‘빅뱅 TV’, ‘테디 TV’, ‘양군 TV’를 통해 이루어진다. 빅뱅과 테디와 양군은 YG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적인 존재들, 이른바 ‘YG 패밀리’다. 그들의 모습과 그들이 활동하는 공간을 조명함으로써 <2NE1 TV>는 2NE1 뿐만 아니라 YG 엔터테인먼트라는 인적 ․ 물리적 공간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실제로 연습실과 작업실, 뮤직비디오 촬영현장의 모습이 수시로 등장한다. 즉 ‘무대 뒤’를 보는 쾌락을 제공한다.

역시 리얼리티 쇼의 포맷을 취하고 있으나 여전히 식 전통적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소녀시대의 헬로베이비>와 비교해 볼 때, 확실히 <2NE1 TV> 쪽이 멤버들의 ‘진솔한’ 모습을 만들어내는 데 훨씬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 무대, 무대 뒤, 인터넷까지, 2NE1의 멤버들은 그 안에서 입체적인 깊이를 획득한다.

일종의 3D 효과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청자들은 그 입체적인 깊이가 사실은 잘 통제된 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을 용인하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즐긴다. 그리고 이는 ‘실력있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2NE1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또 이렇게 강화된 이미지는…… 운운.

연예인 대상의 리얼리티 쇼라는 것이 사적 영역의 공적화라는 가상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진짜 나 같은 나’의 모습을 최대한 그럴듯하게 선보이는 것이라면, 그럼으로써 방송의 대상에게 모종의 ‘도덕적 인증’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2NE1 TV>는 분명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인 시도일 것이다.

그 와중에 전통적인 대중음악 감상의 경험이 변하고, 또한 연예 관련 미디어가 대상에 대한 ‘비판’이 완전히 거세된, 일종의 ‘추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또 다른 지면이 필요할 것이다.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