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엽 작가신진작가 발굴, 창작에 전념할 독립공간 마련, 소통의 장 위해 필요

어딘가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젊은 여성의 얼굴, 그러나 어쩐지 비현실적인 느낌. 그녀들의 눈두덩은 붉어졌고, 눈동자에는 금방 떨어질 듯 눈물이 맺혀 있다.

때론 붕대가 얼굴과 몸을 불규칙적으로 감고 있기도 하다. 세상의 상처받은 여린 영혼을 캔버스에 담아낸 듯한 그림들은 권경엽 작가의 작품이다.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 하나인 그녀는 한 미술관에서 열린 미술대전을 통해 프로작가로 데뷔했다.

그러나 한 차례의 데뷔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2006년 미술대전에서 특선한 이듬해에 팀프리뷰의 ‘시사회 展’을 통해 다시 한번 작품을 알렸고 2008년 아트페어인 ‘블루닷아시아’를 통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가나아트센터에서 운영하는 가나아트 장흥아틀리에의 입주작가인 그녀에게서 화가의 시선으로 바라 본 신진작가 지원의 의미를 들어봤다.

프로작가 데뷔 후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 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데, 이런 지원이 작품활동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작가에게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필수인 것 같다. 현실의 다른 것에 구애 받지 않고 전적으로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작가들에게는 필요하다. 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외로운 작업인데 다른 작가들과 레지던시 기간 동안 교류할 수 있어 좋고 그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의지가 된다. 주변 작가들을 보면 문예진흥기금을 받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다.

신진작가 발굴이 최근 상업화랑에서도 활성화 되어가고 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또 작가들의 양성과 작업 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신진작가 양성이 상업화랑이라고 해서 공공사업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신진작가를 위한 기획전을 공모하고 전시비용 해결과 프로모션까지 해주니까 지금의 작가들은 예전에 비해 좋은 환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스튜디오를 빌려주고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점이 좋다.

이를 통해 입주한 작가들과 함께 그룹전도 하고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서 미술관계자들과 일반인에게 작업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권 작가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나?

기억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체는 기억의 저장고’라는 것이 내 그림의 주제다. 기억은 감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리 몸 안에 잠자고 있던 기억들이 삶의 자극으로 인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내면에도 감정의 물결이 일게 마련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상화 된 얼굴의 소녀와 부드러운 색상 등의 요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속성이다. 하지만 난 가급적이면 감정의 과잉은 억제하고 있다. 백자를 바라볼 때의 은은한 울림 같은 것을 인체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다.

계획된 전시와 화가로서 미술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올해 12월,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하고, 내년 5월 도쿄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예정이다. 이전의 그림들이 ‘기억의 공간’ 연작이었다면, 앞으로의 전시는 기존의 그림보다 더 정제된 ‘망각’을 주제로 한다.

지금 미술계는 소수의 작가만 전업작가로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문예진흥기금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이미 좋은 평가를 받는 일부 작가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문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운영하는 미술창작스튜디오의 규모를 확장해서 혼자 힘들게 작업하는 작가들에게 지원을 확대했으면 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