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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작가전, 여름 비수기를 달구다

여름철, 문화계 비수기는 미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찜통 더위와 휴가에 채여 인사동이나 강남 화랑가엔 가을 오픈을 알리는 ‘쉼표’들이 적잖게 걸려 있다.

이런 풍경 속에 다소 이색적인, 그러니 이제는 낯익은 또 다른 풍경이 화랑가를 달구고 있다. 신진(인)작가들의 전시 행렬이다. 유독 여름철 비수기에 신진작가전이 성황을 이루는 이유는 무얼까?

그 속내는 다양하지만 전시를 하기 어려운 신진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화랑은 수요가 줄어든 공간을 활용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신진작가전이 다양하게 전개되면서 일부 진전된 모습이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신진작가전은 그동안 연륜 있는 화랑과 대형화랑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지만 최근에는 중ㆍ소형 화랑이나 신설 화랑들도 앞다퉈 추진하는 양상이다.

서울 인사동 본화랑은 개관 후 처음으로 8월 중순부터 신진작가전인 전을 열고 있다. 20여년 역사의 본화랑은 견지동에 터잡은 이래 줄곧 한국 근ㆍ현대미술의 원로ㆍ중진 작가를 중심으로 개인전, 테마전, 그룹전 등을 열어왔다. 때문에 신진작가전은 본화랑의 변화와 새로운 모색인 셈이다.

이승훈 기획실장은 “2007년 인사동에 새 전시장을 열면서 견지동 화랑은 원로ㆍ중진 작가 위주의 원숙미 있는 작품전을 추구하고, 인사동 화랑은 신진작가의 발굴을 통해 좀 더 현대적인 작품을 전시하는 형태로 차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Play Show>전에는 열정과 가능성이 기대되는 20ㆍ30대 젊은 작가 12명이 참여하고 있다. 함영훈ㆍ황지현ㆍ조정은(8월19~25일), 이지현∙남 빛∙노월용(8월26일~9월1일), 지 영∙유혜리∙이재민(9월2~8일), 박상미∙이상헌∙홍지민(9월9~15일) 등이다.

개성이 뚜렷한 작가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며 예술과 삶의 본질, 사랑 등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하는 과정을 신선한 감성과 위트로 표현한 전시라는 게 화랑 측의 설명이다.

이승훈 실장은 “신진작가는 본화랑 작가와 전문가들의 조언, 그동안 지켜본 활동상황과 작가들의 일정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앞으로는 공모전을 통해 좀 더 내실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워터게이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브릿지 프로젝트 3 : 순수시대>전(8월14일~9월10일)은 공모전을 통한 첫 신인작가 전시다.

브릿지 프로젝트(Bridge Project)는 워터게이트갤러리가 2008년 시작한 신인 발굴 프로젝트로 지난해는 두 번의 전시를 통해 11명의 신인작가를 배출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올해 공모를 통해 선발한 6명의 신인작가(강서경, 고민정, 김지혜, 송유림, 신리라, 유의정)의 작품들로 꾸며졌으며, 회화,판화,도자,자수,사진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의 공동작업이 독특하다.

김창현 대표는 “지난 1ㆍ2회 신인작가전 때는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좀 더 충실한 전시를 위해 공모를 했고, 접수한 200여 명 중 6명을 엄선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덧붙여 “이번 전시는 올 하반기 베이징 ‘창아트’에서 한국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전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인작가전을 통해 작가를 발굴, 지원하고 해외 진출의 프로모션도 고려한다는 복안이다.



1-워터게이트갤러리, 강서경 'Can you see me? I can't'
2-갤러리소헌, 신기혁 'Cubescape'
3-갤러리룩스 지원 작가 조준용의 'Power Plant #7'
4-갤러리나우 작가상'3회 수상작가인 이준의 'bus stop'


대구의 갤러리소헌과 소헌컨템포러리가 열고 있는 < Moving 2009>전(8월5일~8월29일)은 올해 처음 시도된 또 다른 신진작가전이다. 최근의 대학 졸업생과 대학원 재학생이 주대상이다. 원창호 대표는 “잠재력을 갖추고도 전시 도움이 필요한 젊은 작가 중에서 엄선해 기획전을 열고 있다.

팜플렛 제작이나 홍보 모두를 화랑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 번에 선정된 이현희(소헌컨템포러리, 8월5~15일), 신기혁(갤러리소헌 8월5~15일), 최영(소헌컨템포러리, 8월19~29일), 홍윤영(갤러리소헌, 8월19~29일) 등은 < Moving 2009>전이 모두에게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서울 삼청동의 대안공간 갤러리현은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우선적으로 전시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고, 사진전문 화랑인 인사동 갤러리나우는 젊은 작가 발굴과 지원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이다. ‘갤러리나우 작가상’이 그 예로 이순심 화랑대표는 “미디어 시대를 반영하는 현대사진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갤러리나우 작가상‘을 제정했다”며 “젊은 작가를 발굴해 창작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사진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작가 프로모션을 통해 한국사진의 새로운 변화의 활로를 여는 데 기여하고싶다”고 말했다.

사진전문 갤러리룩스는 지난해 4명의 사진작가를 선발하면서 공모전을 시작해 올해는 보다 체계화된 정식 공모전을 열어 김청진, 서영철, 성정원, 조준용 등 4명의 작가를 선발했다. 이들의 작품은 지난 7월부터 9월1일까지 <2009 신진작가 지원전>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고미술을 주류로 해온 갤러리 우림은 매년 ‘젊은작가지원 기획초대전’을 열어 미술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07년부터 신진작가지원 프로젝트인 <가늠을 보다>전을 열고 있는 우림은 올해 2008년에 선정된 30인의 작가 중 5명(김병권, 박승예,박기훈, 이고운, 이샛별)을 선발해 지난 7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 평창동 갤러리 카페 키미아트는 무명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는 물론 작업실까지 제공하고 있다. 매년 11월께 'Kimi for You' 공모전을 통해 신진작가를 지원한다. 첫 해인 2003년에는 130여 명이 참가했고, 해마다 200~300명씩 출품하고 있다.

화랑을 중심으로 한 신진작가 발굴, 지원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만큼 양적 팽창에 버금가는 질적 성장이 이뤄져야 미술계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영택 경기대교수(미술평론가)는 “신진작가전이 신인에게 전시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우후죽순격으로 늘어 획일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이제는 전시도‘지향점’을 갖고‘경향성’을 띤 특색 있고 차별화된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공간 ‘사루비아다방’의 전시들이 전례가 될 수 있는 얘기다.

박 교수는 또한 “젊은 작가 위주의 신진작가전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미술계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역량이 있음에도 전시 기회가 없는 중진과 소외 작가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범 미술평론가는 “현 미술계의 신진작가 공모는 작가를 발굴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일회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을 띠고 있다”며 “단순히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한 번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에 합당하는 프로그램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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