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케치 오브 스페인'독보적 트럼펫 사운드에 스페인의 정취 담아

(우측) 마일스 데이비스의 실제 연주 사진

재즈 사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는 신화적인 존재다. 쿨 재즈를 시작으로, 하드 밥, 모달, 포스트 밥, 그리고 퓨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재즈 사의 굵직한 변화들은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 그려진다.

전통을 파괴하고, 새로운 재즈어법을 통해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그리고 또 다시 그것을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갔던 그는,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재즈의 신’으로 군림하고 있다. “재즈에서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비타협적인 방법으로 음악을 시도하고 창조한 고독한 천재는 없었다”는 영국 비평가 마이클 제임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소니뮤직 코리아가 최근 ‘레거시 에디션(Legacy Edition)’이라는 부제로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케치 오브 스페인>의 확장판을 발매했다. 마일스 데이비스는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당대 최고의 작곡자이자 편곡자, 그리고 재즈오케스트라의 리더인 길 에반스와 세 장의 앨범을 작업했는데, 이 앨범이 그 마지막이다. 여전히 시대를 뛰어넘는 역작으로 남아있다. 기타협연으로 익숙한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으로 앨범은 시작된다.

스페인의 정취가 담긴 곡들은 그러나 정열적으로 금세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다. 플라멩코처럼 절정으로 치닫기 이전의 긴장감, 황야의 석양과도 같은 고독감, 그러면서도 벨벳과도 같은 부드러운 안정감을 가진 소리는 느긋하게 스페인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은 마일스가 가진 독보적인 사운드에 대해 ‘사운드만으로 다른 연주자들이 수많은 프레이즈를 연주해야만 얻을 수 있는 표현력을 가졌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마일스 데이비스가 처음부터 자신의 트럼펫 사운드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와 절친한 친구인 건서 슐러가 이번 앨범의 라이너 노트에서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결국 마일스는 자신의 ‘슬픔과 체념’으로 집약되는 사운드에 어울리는 연주방식을 찾아낸 것.

“마일스는 루이 암스트롱처럼 연주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운드가 그의 구상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일스의 출발은 그 어떤 사운드도 아니었고 점진적으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구상에 어울리는 사운드를 개발해나갔던 것이다. 그는 옛날식 표현방법에 자신의 구상을 맡길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현재 그의 사운드는 처음보다 훨씬 더 발전된 것이다.”이것은 길 에반스가 바라본 마일스 데이비스의 창조와 파괴의 여정이었다.

재즈의 개혁가 마일스 데이비스. 이번에 발매된 <스케치 오브 스페인>에는 1959년에 발매된 음반의 수록곡 6곡 외에 실황 녹음과 얼터네이트 테이크, 미발표곡 등 11곡이 더해져 두 장의 CD에 담겼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