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읽기] '위핏' 다이어트 효과에 수요 폭발… 생산적 게임시대 열어

위핏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들. 근력강화, 요가, 균형잡기, 유산소운동 등을 할 수 있다.

뚱뚱한 몸매를 날씬하게 만드는 다이어트 성공비법은 현재까지 단 하나뿐이다. 하루 소모되는 칼로리(열량)보다 공급되는 칼로리가 적으면 된다. 먹는 것을 줄여 공급되는 칼로리를 줄이거나, 많은 활동을 통해 공급된 칼로리보다 많이 소모하면 몸무게가 늘지 않는다.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밥을 적게 먹는 것 같아도 반찬이 좋아져서 하루에 필요한 열량 이상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커피와 술을 비롯한 각종 기호품도 비만을 부추긴다.

적게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대개의 직장인은 운동에 투자할 시간과 돈이 없다. 무엇보다 반복되는 운동은 매우 지루해서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혁신적인 게임기가 닌텐도 위(Wii)와 위핏(Wii-Fit)이다. 모션인식기술을 도입한 닌텐도 위는 오락실에서나 가능했던 체감형 게임을 안방에서 즐기게 만들었고, 발매 후 바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엑스박스360이 일년 먼저 판매를 시작하고 3천만 대, 역시 먼저 발매된 소니의 PS3가 2천만 대를 팔았을 때, 가장 늦게 발매된 닌텐도 위는 5천만 대를 팔았다.

게임기의 대명사인 소니의 PS3보다 두 배 이상 판매되면서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시장을 휩쓴 것이다. 특히 위(Wii)의 부가장치로 판매된 저울 모양의 위핏은 부가 컨트롤러인데도 천 만 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위핏이 이렇게 엄청난 열풍을 일으킨 이유는 즐겁게 게임을 하기만 해도 살이 빠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위핏의 효과는 지긋지긋한 운동에 지친 사람들에게 빛과 같은 소식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는 위핏으로 게임을 즐긴 후에 살이 쭉쭉 빠졌다는 체험기가 올라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 하는 상황이 됐다.

IT전문가인 크리스 아벨은 위핏으로 게임을 즐긴 결과 75Kg이던 몸무게가 67.8Kg으로 줄었다. 원래 그는 게임기로 살을 뺀다는 위핏 아이디어를 비웃었으나 리뷰를 위해 위핏을 몇 주 사용하면서 실제로 몸무게가 빠지는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아벨은 소파에 누워서 뭔가를 집어먹으면서 즐기던 기존의 비디오게임기와 달리 위핏은 일어나 몸 전체를 움직여 하는 게임이라서 운동효과가 있고, 게임이라서 혼자 하더라도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위핏 예찬론자로 돌아섰다.

위핏으로 살을 뺐다는 체험기가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다이어트용으로 위핏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폭발했고, 위핏은 발매 후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그 결과 중고제품이 신제품보다 훨씬 비싼 황당한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재고 부족으로 신제품을 구할 수 없는 사용자들이 중고라도 사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중고가격이 신제품 판매가보다 비싸진 것이다.

위핏으로 게임하는 모습. 온몸을 써서 운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적 문화의 도구였던 게임이 생산적 문화의 도구로 탈바꿈

위와 위핏은 게임기가 생산적 도구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위핏은 몸의 균형 외에도 근력강화, 유산소운동, 요가 등 다양한 운동에 활용할 수 있으며 가족의 건강 상황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총으로 쏴 죽이고 칼로 찌르던 기존의 게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게임문화를 창조함으로써 위핏은 가족용 게임기 및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는 도구로 활용됐다.

미국의 육아전문가인 미아 레드릭이나 건강 전문가들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위핏을 적극 추천할 정도다. 게임이 단순하게 즐기는 소비문화에서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지키는 생산문화의 도구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와 위핏 열풍에 놀란 경쟁사들도 서둘러 모션인식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프로젝트 나탈(Natal)을 통해 인간의 관절 움직임을 인식하는 게임을 선보였다.

게임 전시회인 E3에서 소개한 프로젝트 나탈은 엑스박스360 옆에 추가로 설치한 모션인식장치를 통해 사용자의 몸 전체 움직임을 인식하고 대응한다.

또, 얼굴인식기능과 음성인식기능도 탑재했다. 게임기는 얼굴인식과 음성인식을 통해 여러 명의 사람이 있어도 해당 개인의 행동과 명령에 반응한다. 화상채팅기능 및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 등의 지원을 통해 게임으로 사람을 사귈 수도 있다.

프로젝트 나탈도 몸 전체와 음성, 얼굴을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당신이 콘트롤러입니다”라는 말로 미래의 게임기는 인체 자체를 이용해 즐기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닌텐도의 대항마로 더 정교해진 나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사람 몸 자체를 게임 컨트롤러로 사용하는 게임이 기존의 게임을 전부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마우스와 조이스틱, 키보드로 즐기는 게임은 살아남을 것이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도 증가할 터다. 그러나 휴먼인터페이스 방식의 모션인식게임은 생산적 게임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확장하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게임은 단순히 개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비문화로 남지 않을 것이다. 가족의 행복을 추구하고 건강을 지키며, 몸과 두뇌를 단련하는 생산적인 문화로 영역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문화로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바뀌어야 할 때가 됐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