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개막작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각색한 서극의 음악극 A to Z로 보기

오페라와 발레극으로 성공적인 외도를 한 장예모 감독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영화 <천녀유혼>과 <영웅본색>의 감독 서극이 무대극 연출 데뷔작으로 한국을 찾는다.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the Tempest)>를 각색한 음악극 <태풍>이 제3회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의 개막작에 선정된 것. 검술과 기예가 화려하게 부딪쳤던 스크린 속 서극의 세계가 무대에서는 또 어떻게 펼쳐질까. A to Z로 <태풍>의 곳곳을 파헤쳐본다.

Attractiveness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는 <템페스트>지만, 영화감독 서극에게 외도를 부추길 만큼의 강력한 매력도 있다. 서구가 세계 식민지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노예 문제와 토착민 부족의 갈등과 함께 계층 간 평화적인 공존을 이루는 유토피아를 제시해 이미 그 안에 현대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극이 매료된 이유다.

Beijing opera 원작이 담고 있는 환상적이고 과장스러운 극적 요소들은 <태풍>에서 경극만이 갖고 있는 연극적 요소와 음악적 양식으로 표현된다. 기존의 경극은 텅 빈 공간을 배우의 몸짓 연기와 소리로 채우지만 <태풍>은 거대한 무대 매커니즘과 뮤지컬 양식을 활용하며 경극의 한계를 극복하고 확장한다.

Costume theatre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배우의 연기와 의상에서 비롯되는 모든 상징이 연출상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 가령 표류 장면에서 봉황머리 형상의 모자와 화려한 망토는 큰 배의 형상을 구현하고 의상전환은 곧 배의 난파를 상징한다.

Directing <태풍>은 문학 텍스트와 경극,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된 무대예술 작품이다. 때문에 서극은 재촬영이 가능했던 영화 경험을 모두 버려야 했다. 대신 그는 서구 문명에 기반한 원작과 이와는 전혀 다른 경극이라는 무대 언어를 연결시키는 데 힘썼다. 서극은 이를 '균형을 잡기 어려운 얇은 현을 타는 것과 같은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Experience 서극은 자신의 인생 최악의 '태풍'은 어린 시절의 전쟁 경험이라고 말한다. 군사적 압박과 함께 시위대 속에서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셨을 때 죽음의 향기를 느꼈다고.

Fantasy <템페스트>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스펙터클하고 환상적인 작품인 이유는 마법이나 요정과 같은 요소들 때문만은 아니다. '프로스페로', '칼리반' 등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이 개인의 원한이나 국가 간의 전쟁, 인간 본성의 잔인함 같은 메타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Green snake 주인공인 프로스페로 역의 우 싱꾸오는 서극의 영화 <청사(靑蛇)>에 출연한 인연으로 이번 작품의 완성을 서극과 함께 이뤄낼 수 있었다.

Hieroglyphic character 마법사의 붉은 옷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지식으로 섬을 지배할 인간의 힘을 상징한다. 또 프로스페로가 가운을 펄럭여 거대한 풍랑을 일으킬 때 활자들이 뒤집혀 흔들리는 모습은 인간의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꿈틀거리는 욕망을 의미한다.

Introduction of know-how 서극은 마치 영화촬영 시 스토리보드를 활용하듯 수많은 그림을 그려냈다. 자신의 특기인 대장면의 처리, 몽타주 기법 등도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Join 대만 당대전기극장의 예술감독인 우 싱꾸오가 홍콩의 서극에게 전화를 걸어 연출제의를 했다. 서극은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하듯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를 수락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극은 경극과 셰익스피어에는 모두 문외한인 자신을 발견했다고.

Korea 서극은 "2004년 대만에서 초연된 이번 작품이 이렇게 오랫동안, 게다가 한국에서까지 공연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무대연출가로서의 첫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Legend theatre 사실 <태풍>의 주축은 서극이 아니라 당대전기극장(Taiwan's Contemporary Legend Theatre)이다. 이 극단은 1986년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극의 현대화를 목표로 예술감독 우 싱꾸오를 중심으로 전통극 예술인들에 의하여 세워졌다.

Modernization 우 싱꾸오와 당대전기극장이 가진 고민은 '전통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란 무엇이며, 또한 얼마만큼 발전할 수 있는가'였다. 이들은 그 고민의 과정에서 서로 다른 나라의 전통(경극과 셰익스피어)이 만나서 현대를 이루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New version 서극이 <태풍>의 창작을 시작할 때 내세운 기준은 '화려한 시각적 요소'와 '뛰어난 기교의 배우들', 그리고 '첨단기술보다 전통음악극의 미학'이었다. 그는 또 6개의 새로운 버전을 주장했지만, 결국 전복보다는 원작에 충실하며 새로운 <태풍>을 완성했다.

Opportunity 우 싱꾸오가 경극의 문외한인 서극에게 연출을 제의한 것은 위기에 처한 전통의 영역에 타자의 예리한 시각과 참신한 힌트를 부여하기 위함이었다. 협업의 결과, 두 사람의 '전통의 현대화'보다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라는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Prospero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서극의 <태풍>의 주역.

Quality 올해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주제는 '고전의 재발견'. 나라를 불문하고 위기에 처한 고전의 살 길 모색은 <태풍>에서 그 모범답안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Rule 서극의 창조력의 원칙은 오류를 통해 창조하는 것이다. 그가 정의하는 '실수'란 '작업에 재미있는 방식으로 끼어드는, 호기심 많은 또 다른 나'이다.

Stage 무대공연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서극과 무대전문가 팀 윕의 만남은 무대와 의상, 조명을 하나로 융합하여 더 창조적이고 대담한 가상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Tempest 수 차례 영화화, 드라마화, 뮤지컬화, 게임화된 셰익스피어의 희곡. 밀라노의 공작이었지만 동생에게 공국(公國)을 빼앗긴 위풍당당한 마법사 프로스페로가 주인공이다.

Unlimited 첫 무대연출을 한 서극은 "영화와 비교하면 무대는 끝이 없다. 새로운 배우와 극장에 들어서면, 또 다른 변화가 등장한다"며 이번 연출이 의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Visual 검은색에 국화 같은 흰색을 전체이미지로 담아낸 무대미술과 의상은 거대한 배를 제작하지 않고도 시각적 상징만으로 경극의 무대언어를 확장시키며 완성하고 있다.

Wu hsing-kuo <태풍>의 시작에는 우 싱꾸오가 있었다. 대만의 국민배우인 그는 "전통은 죽지 않는다. 새롭게 태어날 뿐!"이라고 외치며 전통극의 현대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Xtra <태풍>엔 우 싱꾸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쭈셩리(朱盛麗), 셩찌엔(盛鑑), 리우찌아허우(劉珈后)등 21명에 달하는 경극배우가 출연한다.

Yip, tim 우 싱꾸오가 <태풍>의 몸, 서극이 머리라면 팀 윕은 피부다. 이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의 미술감독 및 의상디자인을 담당해 오스카와 LA비평가협회상 등을 휩쓴 그는 <태풍>의 시각적 이미지를 관장하는 무대의 신이다.

Zhang Yimou 오페라 <투란도트>와 발레극 <홍등>을 연출한 장예모 감독과 서극의 이번 작업은 영상예술과 무대예술의 조우가 일으키는 순기능에 대한 담론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송준호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