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있는 화가·작곡가로 시대의 요구와 시선서 자유로운 삶 살아

1. 수잔 발라동 2. 알마 밀러


진정한 예술가의 탄생은 자유로부터 시작된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과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능과 열정은 하나의 완전한 예술작품으로 이어진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근원이자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수잔 발라동과 알마 말러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예술사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역사에 남아있다.

수잔 발라동은 수많은 인상파 화가들의 모델이자 화가였다. 르느와르, 드가, 샤반, 로트렉이 즐겨 그렸던 그녀는 이들의 수많은 작품에 등장한다.

특히 르느와르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녀를 자주 만날 수 있는데 르느와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부기발에서의 춤> 역시 그녀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수잔 발라동은 이 화가들의 모델임과 동시에 연인이었다.

그녀는 몽마르트르에서 많은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사랑을 나눴고 모델로서 영감을 주었으며 그들에게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

세탁부의 사생아로 태어나 서커스에서 곡예를 하다 공중그네에서 떨어지는 아픔을 겪은 후 직업모델로 전환하는 등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녀의 모습은 여러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다.

연인 사이기도 했던 르느와르의 그림에서 우리는 수잔 발라동의 매혹적인 눈빛과 몸짓, 아름다운 미소와 화사함을 볼 수 있다.

한편, 하층민의 인생을 이해하고 공감했던 로트렉의 그림에선 르느와르와는 한껏 대조되는 모습으로 술에 취해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는, 삶의 고통의 무게를 끌어안은 우수에 찬 그녀와 고통스런 삶을 헤쳐나가는 강인한 의지의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던 그녀는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수잔 발라동은 화가들뿐 아니라 작곡가 에릭 사티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았는데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사티는 그녀에게 곧장 프러포즈를 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다.

1. 르느와르가 그린 수잔 발라동(작품명: 부기발에서의 춤) 2.수잔 발라동이 그린 '자화상' 3.로트렉이 그린 수잔발라동 (작품명: 숙취) 4.코코슈카 '바람의 신부'
사티의 대표 곡 중 하나인 <난 널 원해>는 사티가 수잔 발라동과 사랑에 빠져 만든 곡이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잔 발라동이 사티를 떠나자 사티는 그녀와의 이별에 대해 "나의 텅 빈 머릿속과 슬픔으로 가득 찬 심장을 얼음같이 차가운 외로움만이 채운다" 라고 말했고 그녀와 헤어진 후 단 한 명도 자신의 집에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사티가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집에서는 수잔 발라동이 그린 사티의 초상화와 사티가 그린 그녀의 초상화, 그리고 그녀에게 쓴 편지와 그녀의 사진이 발견됐다.

수잔 발라동과 동시대를 살았고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또 다른 여인, 알마 말러 역시 수잔만큼이나 수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빼앗아갔다.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 작가 프란즈 베르펠의 아내였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도 염문을 뿌렸던 알마.

수많은 남자의 마음을 앗아가 치명적인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를 위해 구스타프 말러는 <교향곡 8번>을, 알반 베르크는 오페라 <보체크>를 헌정했고 표현주의 화가 코코슈카는 알마와 자신의 사랑을 그린 대작, <바람의 신부>를 그렸다.

코코슈카의 대표작으로 남아있는 이 작품은 폭풍우가 치는 어느 날 밤, 곤히 잠든 알마와 그녀가 달아날까 불안에 떨며 잠 못 이루는 코코슈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코코슈카는 평생 알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고 하는데 코코슈카는 알마가 떠난 후 그녀와 똑같은 크기의 인형을 만들어 옷을 입혀 데리고 다녔으며 곁에 두고 같이 잠들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토록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알마 자신도 재능 있는 작곡가였는데 구스타프 말러의 반대로 결혼 이후 작곡을 중단했다가 다시금 그의 동의 하에 작곡활동을 재개했다. 알마 생전 그녀의 곡 14개가 출판되었고 알마가 죽은 후 3개가 더 발견되어 현재까지 약 17개의 작품이 남아있다.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의 커리어를 버리지 않았던 알마의 열정처럼 수잔 발라동은 그림에 그녀의 열정을 쏟았다. 드가에게 화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고 당당히 자신의 작품을 그려나갔던 수잔 발라동의 작품 속 그녀 자신의 모습은 여지껏 다른 화가들이 그렸던 수잔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된다.

그녀의 작품 속 그녀의 모습은 좀처럼 아름답지 않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가슴을 드러내고 의연하게 정면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세상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자유를 선언한다. 더 이상 다른 사람 작품 안에서의 모델이 아닌 자기 자신의 그림 안에서 말이다.

시대의 요구와 시선에서 자유로웠던 수잔 발라동과 알마 말러. 수많은 예술작품의 영감이 되고 모델이 되었던 그녀들의 삶.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았던 이들의 인생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아를 찾아 헤맨 예술가의 삶이 아니었을까.

# 수잔 발라동 (1865~1938)

대표작품 : 푸른방, 아담과 이브, 자화상
그녀의 남자들 : 로트렉, 르느와르, 드가, 샤반, 사타
국적 : 프랑스


#알마 말러 (1879~1964)

대표작품 : 17개의 가곡
그녀의 남자들 : 말러, 코코슈카, 클림트, 그로피우스, 베르펠
국적 : 오스트리아



주간한국 inoella@hot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