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반·명곡] 송골매 2집 어쩌다 마주친 그대 1982 지구레코드주옥 같은 수록곡 릴레이 히트 퍼레이드혁신적 사운드로 인기몰이…조용필 아성 위협하는 슈퍼밴드로 부상

복잡한 합체과정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 흔들렸던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활동을 재개한 송골매 2기는 오히려 위풍당당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음악프로그램인 MBC <영11>에 8회 연속 출연하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그 원동력은 1982년에 발표된 2집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송골매 2집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48위에 선정될 정도로 시대를 주도하는 신선한 사운드와 히트곡이 망라된 불후의 명반이다.

송골매의 음악은 2집부터 배철수와 구창모의 투 톱 보컬시스템에 김정선의 탁월한 연주력이 더해지며 사운드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배철수가 단순하고 투박한 음악으로 여전히 활주로의 연장선상의 음악을 구사했다면, 구창모는 세련되고 리듬이 강조된 대중친화적인 음악으로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획득했다.

이처럼 이질적 음색으로 송골매의 양 날개 역할을 수행한 탁월한 보컬에다, 김정선의 날카롭고 다채로운 기타 사운드는 예리한 발톱 역할을 했다.

키보드를 맡은 잘 생긴 이봉환은 그 자체로 여성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드럼 오승동과 베이스 김상복 또한 자신의 역할을 다해냈다. 송골매는 컬러 TV방송이 시작된 화려한 영상시대에 제격인 록 밴드였다.

한국대중음악사상 록 밴드가 공중파 주류음악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성과를 일궈낸 전례는 없다. 절정의 인기밴드로 떠오르자 핀 업 잡지의 모델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를 겨냥한 상품 CF도 찍었으며, 그들을 염두에 둔 청춘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을 정도다.

합체과정을 통해 생산된 2집에 수록된 곡들은 하나같이 주옥 같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그대는 나는>, <세상만사>등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일인 독주태세를 구축한 가왕 조용필의 아성까지 위협하는 슈퍼밴드로 떠올렸다.

그중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한국 록 밴드사에 기록될 만한 성과를 일궈낸 불후의 명곡이다. 당시 모든 대중이 주목했던 TV음악 프로그램 '가요 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송골매의 음악은 75년 대마초 파동 이후 소위 '록뽕'이라 일컫는 록과 트로트를 접목한 퇴행적 록 사운드 시대를 접고 새로운 '록발라드'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시금석이 되었다.

특히 김정선이 작사하고 친하게 지냈던 김수철이 놀러와 순식간에 만들어낸 '모두 다 사랑하리'는 1983년 동경국제가요제에까지 출전한 또 하나의 명곡이다. 흥미로운 사건이 떠오른다. 가요제 참가 3일 전에 일어났던 배철수의 감전사고 말이다.

1983년에 발표된 3집 또한 2집에 필적할 만한 명반이다. 구창모는 3집에서 <처음 본 순간>, <꽃씨>, 그리고 <아가에게> 등을 작곡하며 음악적 정점을 보여줬고, 배철수도 <한줄기 빛>, <승무> <빗물>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자신의 음악공력을 뽐냈다. "매일 밤 나이트클럽에 출연했고 하루에 네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는 멤버들의 후일담은 당시 이들의 고단함을 증명한다.

절정기는 3집까지였다. 4집 이후 구창모가 솔로로 독립하며 또 한 번의 구조조정을 거치며5집 수록곡 <하늘나라 우리 님>(1985)으로 가요차트 1위에 재등극했지만 또다시 3명의 멤버가 교체되는 내홍을 겪었다.

'새가 되어 가리'가 실린 7집 앨범은 록 음반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음반이지만 대중적으론 실패한 앨범이었다. 더 이상 뛰어난 창작곡을 발표하질 못한 송골매의 날갯 짓은 현저하게 힘이 빠져갔다. 1990년 9집에 수록된 장난스러운 분위기의 '모여라'를 마지막으로 송골매의 화려한 날갯짓은 멈췄다.

송골매'는 지난 5월 이봉환을 주축으로 김정선, 김상복등 2기 멤버에 이진우(드럼), 최승찬(키보드) 등 5인조 라인업으로 다시 비상을 했다. 아쉽게도 배철수와 구창모는 빠졌다.

솔로로 독립했던 배철수는 잠시 주목을 끌다 라디오 방송의 DJ, 공중파 TV의 '콘서트 7080'의 진행자로 변신했다. 구창모는 1989년 대중음악계를 떠나 사업가로 살아가고 있다. 2002년 후배들에 의해 발표된 송골매 헌정 앨범은 이들의 존재가 인기 많았던 슈퍼밴드 이상이었음을 명쾌하게 증명한다.



글=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ldh@naver.c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