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문신예술 10년기념 축제문신악보 초연, 분수드로잉 전 등 특별전 열려

분수드로잉(1974년경)
"색채는 건반이고, 그것을 보는 눈은 하모니다. 영혼은 많은 줄을 가진 피아노이며 예술가는 영혼을 울리기 위하여 그것을 연주하는 손의 역할을 한다. "

20세기 초의 위대한 미술가 칸딘스키는 '음악을 들으면서 색감을 보았다'며 그렇게 말했다. 이처럼 음악에서 미술적 영감을 얻거나 반대로 미술에서 음악적 동인을 찾는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현대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 예술 장르 간 교류(융합)와 한 장르에서 다른 장르가 파생(확산)되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세계적인 추세다.

그럼에도 예술의 융합과 원소스 멀티유즈 양상은 나라마다 다르다. 서구는 특히 20세기 들어 아방가르드나 컨템포러리 예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점차 그 영역을 넓혀 왔다. 반면 동양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특정 양식과 장르에 쏠리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의 경우 시서화 형태의 '문학과 미술의 만남' 이나 문학을 차용, 또는 모티프로 한 공연, 미술, 영화, 퍼포먼스 등이 일반적이지만 '미술' 자체가 주인인 경우는 드물다. 이는 융합과 원소스 멀티유즈의 주체가 될 미술(작품, 작가)이 허약한 게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25일 숙명여대에서 열리는 '문신예술 기념 음악회'는 시사적이다. 음악회에서는 거장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을 소재로 한 실내악곡과 가곡이 초연된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예술 융합의 양식이다. 실내악곡이 초연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면, 가곡은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오세영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신 예술을 테마로 시('개미의 노래')를 짓고 이것을 작곡해 공연하는 형태로 국내외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윤상열 작곡 및 지휘자, 오세영 시인, 박희진 시인, 이수익 시인(왼쪽 위부터)
문신 예술의 융합 작업은 그의 예술이 1960년대 말부터 해외(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았듯, 독일에서 우선 꽃피었다. 독일 바덴바덴시가 2006년 독일 월드컵 개최 기념으로 문신 조각전을 열었고 시민들의 호응이 지속되자 이듬해 8월 '문신 미술영상음악국제축제'를 개최한 것.

축제에서 독일 작곡가 보리스 요페(Boris Joffe)가 문신 작품을 모티프로 작곡한 실내악 '달의 외로움과 하나됨'과 안드레아스 케어스팅(Andreas Kersting)이 문신의 작품 '화(和)'를 주제로 작곡한 대규모 관현악곡 'Eleonthit' 등이 154년 전통의 바덴바덴 필하모니에 의해 초연됐다.

이어 세계적 음악가 볼프강 마쉬너(Wolfgang Marschner)가 문신악보를 창작,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특별초대작품으로 선정돼 국내연주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영호 중앙대 교수는 "문신 선생의 예술은 하나의 개체가 다른 하나의 개체와 만나는 융합현상으로 문화계에 새로운 기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25일 음악회에서는 음악 공연 외에 예술원 회원인 박희진 시인과 문학계 중진인 이수익 시인이 문신 예술을 노래하는 '시인의 향기' 행사와 도시 조형미학을 위한 '분수 드로잉'전 등 특별전이 함께 열린다. 11월 14일까지 전시되는 '분수 드로잉' 전은 1974년 프랑스의 도시 조형미학을 위한 단체인 '포름 에 비'회원으로 예술의 몽테뉴 거리를 위한 전시 출품을 통보받고 작업한 작품들로 이는 '올림픽 1988' 조각을 위한 드로잉 작업을 구축했으며 문신 조각 예술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외 이날 '문신 도자&테마드로잉 도록 출판기념회'도 열린다.02)710-9280



박종진 기자 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