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무용 축제, 시댄스가 올해도 무대 위에 성찬을 차렸다. 세계 15개국에서 300여 명의 예술가가 함께 참신하면서도 유쾌하고 진지하게 몸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총 33개의 작품(외국 11편, 국내 17편, 합작 5편)이 서울과 고양의 공연장에서 올려진다. 무대 위 공연뿐 아니라 거리를 춤 바다로 물들이는 게릴라 식 공연도 도심 곳곳에서 펼친다.

첫 무대는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차세대 스타로 불리는 버락 마샬의 <몽거>로 열린다.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이론과 철학을 전공한 버락 마샬이 8년 만에 창작한 지적이면서도 치열한 작품이다.

무자비한 여주인에 시달리는 10명의 하인들의 반란을 통해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계급과 권력관계는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과 감성적인 연기로 치환됐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집시, 발칸, 인도네시아 등의 다채로운 음악이 흥미를 돋운다.

마지막 공연은 이탈리아의 국립 아떼르발레또 무용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대작 뮤지컬 못지 않은 화려한 무대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관능적이고 세련미의 극치를 선보인다. 이탈리아적 감성의 우아함, 치명적인 비극적 사랑과 인간의 복잡한 내적 갈등은 10쌍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발현된다.

이들 작품 외에도 영국의 얼터너티브 락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울하면서도 거친 멜로디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슬로베니아 국립 마리보르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힙합과 재즈, 그리고 현대무용이 섞인 재즈 즉흥잼, 전설적인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오마쥬인 아르테미스 무용단의 <이상한 사람들 – 페데리코 펠리니를 위하여> 등 다채로운 작품이 관객들을 맞는다.

국내외 무용비평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의 장도 열려, 보는 춤, 함께 추는 춤, 생각하는 춤까지 아우르는 내실 있는 축제가 될 듯하다.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자유소극장, 고양 아람누리 등 T. 02-3216-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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