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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세 개 이정표

[대중문화읽기] 뮤즈, 미카, 제이-지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음반, 대중음악의 현황 보여줘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러해오기는 했지만, 아마 앞으로도 음악계에 어떤 '대세'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대세라는 건 이런 저런 뜻인데, 이를테면 '얼터너티브 록'이나 '테크노'처럼 동시대의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주력 상품군'이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틀스나 너바나처럼 한 시대의 상징이 될 만한 뮤지션들이 앞으로 출현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건 대중음악의 창작방식(알다시피 오늘날은 '하이브리드'가 일반적인 창작 방법이다)과 시장상황(CD와 LP로 대표되는 '앨범'의 시대가 저물고 싱글 중심의 생산과 유통으로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에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대중음악의 변화양상이나 현재의 상황을 보고 싶다면 어떤 커다란 흐름보다는 개별 작품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골라 봤다. 이 석 장의 음반들은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즉 현재 더 이상 대세는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뮤즈 : 21세기 프로그레시브

뮤즈에 대한 가장 간략한 평이라면 '프로그레시브 록과 헤비 메틀, 영국 모던 록 스타일의 우울한 멜로디를 절묘하게 결합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내놓은 음반 중에서 헤비 메틀(뛰어난 연주력)와 우울한 멜로디라는 요소는 쉽게 납득이 갔지만 '프로그레시브'라는 점에서는 잠깐씩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즉 개별 곡으로는 '프로그레시브' 한 것 같긴 한데 음반 전체로는 '싱글 모음'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프로그레시브란 만듦새, 즉 곡의 차원에서는 방법의 개념일 뿐만 아니라 모양새, 즉 외형적인 측면에서는 '앨범 록'의 개념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뮤즈 최초의 '프로그레시브'한 음반이다. 일관된 테마와 흐름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다소 과시적으로 섞는 클래식 음악(쇼팽과 생상) 역시 이 장르 특유의 '허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얻은 것은 '거장의 아우라'일 것이고 잃은 것은 '귀에 잘 꽂히는 멜로디'일 텐데, 뮤즈의 야망은 아마도 전자일 것이므로 본인들은 후자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21세기에 거장 록이라니, 참 커다란 야심 아닌가?

미카 : 멜로디의 천국을 향하여

좋은 멜로디는 모든 팝 뮤지션의 꿈……이었다. 왜 과거형이냐 하면, 오늘날 팝 음악에서 멜로디, 그러니까 '일관된 구조를 갖춘 노래로서의 멜로디'에 대한 중요성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청자들의 인내심이 줄었기 때문이건 생산자 측에서 고객을 한 번에 사로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집착으로 발전한 것이건 간에, 최근 팝 음악의 창작 방법은 '선택과 집중', 즉 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이른바 '후크 송'이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 대한 징후였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카가 만드는 음악은 고전적이다 못해 고아한 향취마저 풍긴다. 그 음악이 아니라 그 접근법이 말이다. 그는 여전히 좋은 노래, 잘 빠진 멜로디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으며, 그 뿌리는 1970년대의 영국 팝, 즉 엘튼 존과 퀸으로 대표되는 멜로디에 닿아 있다.

그리고 그런 한에서 그는 정말 매끈한 멜로디를 뽑아내고 있으며, 따라 부르고 싶은 노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른바 가려운 곳을 확실히 긁어주는 것 같은 멜로디로 이루어진 노래들 말이다.

이게 음악적으로 훌륭하거나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팝이란 원래 그런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 익숙함 안에서 새로움을 어떻게든 뽑아내는 것, 그것이 잘 만든 팝송이라고 할 때 미카의 음악은 잘 만든 팝송이다.

제이-지 : 담론으로서의 힙합

예전에 한 번 이 지면에서 '오토튠은 악인가'라는 내용의 글을 쓴 적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소개한 바 있는 제이-지의 신작이다(따라서 쭉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예전 글과 연계해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새삼 이런 이야기를 하기가 좀 멋쩍기는 하지만, 제이-지는 래퍼로서의 재능과 사업가로서의 수완을 모두 갖춘 보기 드문 뮤지션이다. 그를 현재 가장 뛰어난 랩 뮤지션 중 하나로 꼽는 데 아무런 의의가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제이-지를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은 2001년에 발표한 인데, 여기서 그는 클래식 소울 음악과 힙합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면서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그 뒤 'The Blueprint'는 제이-지의 상징이 되었다. 오죽하면 이 이름으로 벌써 세 번째 음반을 냈겠는가 말이다.

이 음반에서도 예의 그 제이-지 스타일의 랩과 빈티지한 사운드가 돋보이는데, 명성에 어울리는 초호화 게스트(알리샤 키스, 리한나, 카니예 웨스트, 패럴 등)가 참여하여 음반을 빛내고 있다. 솔직히 말해 제이-지 최고의 걸작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즐겁게 들을 만한 힙합 음반이라는 건 확실한데, 그럼에도 이 음반이 훗날 기억된다면 그건 음악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토튠의 죽음'을 선언했다는 '담론'의 차원에 남아 있을 공산이 더 크다.

그러나 그게 아주 어색하지 않은 것이 힙합이란 본질적으로 '사운드'인 동시에 말, 혹은 '담론'의 음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만약 오늘날의 음악에 '진정성'이라는 오래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면 그 최후의 보루는 힙합일 것이다(그래서인지 힙합 팬들 역시 '진정성'에 높은 가치를 두곤 한다). 말이 이렇게 중시되는 음악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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