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7주년 특별전 - 봉황 137, 동방에서 날아오다> 한중작가 200여명 850여점 작품 전시… 아시아 미술 중심국으로 부상

한·중 수교 17주년 특별전 오프닝을 마치고 기념촬영(위), 베이징 798 예술단지(아래)
올해는 한·중 수교 17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간 한국과 중국은 긴밀한 교류를 통해 상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분야의 발전을 가져왔다. 특히 경제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 무역 규모는 26배 급증했으며,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1위 무역상대국이 됐다.

이와 함께 각 분야의 균형적인 발전과 동북아의 중심국가로서의 역할과 공조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실질적인 교류가 활성화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0월 16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 쑹좡 예술특별구의 상상국제미술관에서 열린 한·중 수교 17주년 기념 <봉황 137, 동방에서 날아오다>전은 그 의미가 크다.

한국의 월간미술세계와 중국의 상상국제미술관이 1년여의 준비를 거쳐 마련한 이번 특별전은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미술교류 행사로 오늘날 세계 미술의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미술계에 갚이 각인되었다. 한국의 대표 작가 137명의 작품 650여 점이 전시됐고, 중국에서도 65명의 작가가 200여 점을 선보였다. 그동안 해외 전시는 무수히 많았지만 1인당 5점, 그것도 200호의 대작들이 해외전에 출품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시 내용면에서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대거 나서 한·중 미술의 현주소와 함께 양국 미술의 장래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한국 측에서는 하종현, 민복진, 유희영 등 원로작가에서 구자승,박용인,우제길, 원문자, 이태현, 제정자, 탁양지 등 중견작가, 김계완, 김철순, 배정혜, 이문표, 서진국 등 신예작가를 망라했다. 중국 측에서도 류친, 장미콴, 모준펑, 가오 유안, 리우팡진, 쿠수에밍 등 전 연령층에서 다양한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쑹좡예술특구 중심에 있는 상상국제미술관 내부(위), 베이징 쑹좡 예술특별구 상주 작가 작업실(아래)
한국 작가들이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인데 반해 중국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회화가 대부분이고 현대미술보다 동양화 작품이 많아 중국 미술의 전면을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이것이 중국미술의 현실이라면 장차 변화의 폭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양국 전시에서 한국은 기업이, 중국은 정부가 지원을 해 기업과 문화의 협력,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이라는 긍정적 모델을 제시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의 현대자동차, LG전자, 크라운해태 등은 전시를 직간접으로 후원, 양국 문화예술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아시아 최대 미술관이라는 상상국제미술관을 앞장서 지원해 이미 세계적인 관광 예술명소가 된 베이징 다산쯔 지역의 798단지와 함께 중국 미술의 잠재력을 실감케 했다.

16일 전시 전시 오프닝에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 김진현 전 과학기술부장관을 비롯한 양국 역대 장관, 유희영 서울시립미술관장 등 한중 각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 현지 언론들이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한중 문화교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번 기획전이 중국 정부 당국에 보고돼 외교부 차관이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전시장을 찾은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오프닝 오전에 한중 작가, 한중 CEO 400여 명이 참석해 '한중 경제문화 포럼'을 열어 문화인과 경제인이 함께 한 것도 의미있는 행사로 평가된다.

이번 특별전에 참가한 한국 작가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베이징 쑹좡 예술특별구와 그 중심에 위치한 상상국제미술관이다. 중국 미술을 말 할 때 흔히 중국 작가들은 "중국 미술은 베이징에 있고, 베이징에는 쑹좡이 있다"라는 말로 쑹좡을 표현하곤 한다.

향후 중국 미술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쑹좡 예술특구에는 약 2000에서 3000여 명에 이르는 예술가들이 상주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작업실은 한국 작가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상주 작가들을 만난 구자승 작가는 "쏭좡의 작가들이 무엇을 꿈꾸며 중국미술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장미콴 원장의 작업실 규모나 환경은 대단했고 그 외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 공간도 상상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가는 "옹색한 작업실과 소수 예술가만이 혜택을 받는 레지던스 시스템에 머물고 있는 한국과 너무 비교된다"며 미술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규모가 2만평에 이른다는 상상국제미술관은 쑹좡 예술특구와 함께 장차 중국 현대미술과 쑹좡의 내일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쑹좡 예술특구는 이번 특별전이 이뤄낸 성과 중 하나인 한중 미술문화 교류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홍석창 작가는 "한중이 앞으로 긴밀히 협조해 세계 화단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자고 하는 데 동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김일해 작가는 "종래 한중 교류전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더욱 활성화하기로 중국 작가들과 논의했다"면서 "앞으로 일본까지 참여시키는 한중일 교류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을 주관한 백용현 월간미술세계 대표는 "진행과정에 미비한 점이 있었으나 행사 후 중극 측의 반응을 통해 특별전의 본래 취지인 한중 문화교류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내실을 기해 미술을 통한 문화교류의 장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베이징=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