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MIK앙상블 3집슈만 피아노 4중주와 5중주 '실내악의 해' 두 백미 담아

음악가들의 삶은 음악 외적으로도 드라마틱하다. 서른한 살에 매독으로 요절한 슈베르트, 40대에 청력을 잃었지만 일생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을 남겼던 베토벤, 그리고 정신병으로 스스로 라인강에 투신했던 슈만의 삶이 그렇다.

슈만은 자신의 스승인 비크 교수의 딸 클라라와의 결혼을 위해 법정에 서는 것도 불사해 낭만 시대 음악가에 걸맞은 로맨티시스트라는 별명도 가졌다.

10여 년간의 결혼생활이 늘 행복한 건 아니었다지만 클라라와의 결혼은 이후 3년간 그가 피워낸 음악 세계를 2세기라는 긴 격차를 뛰어넘게 해주는 영감의 원천이었다. 결혼한 1840년부터 1842년까지에 각각 가곡의 해, 교향곡의 해, 실내악의 해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명작을 쏟아냈다.

MIK 앙상블이 오랜만에 발표한 3집 앨범에 '실내악의 해'에서 백미로 꼽히는 두 작품, 슈만의 피아노 4중주 op.47과 피아노 5중주 op.44가 실렸다. 피아니스트 김정원,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 바이올리니스트 김수빈. 네 명의 실력자 솔리스트가 2003년에 결성한 MIK 앙상블은 앙상블 디토 이전부터 클래식계에서 오빠부대를 이끌었던 연주자들이다. 한동안 솔리스트 혹은 교수로 각자의 활동에 주력했던 그들은 소원해진 클라라와의 관계를 좁혀주었던 슈만의 실내악곡을 통해 다시금 한자리에 모였다.

거의 동시에 작곡된 두 곡은 E플랫 장조로 같은 조성으로 쓰였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다르다. 피아노 사중주가 비장미가 흐르는 열정적이고 서정적인 곡인데 반해 피아노 오중주는 화려하고 경쾌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특히 피아노 사중주의 3악장은 가장 유명한 부분으로 애절한 사랑의 서정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우며 4악장은 악장 전체를 지배하는 바이올린의 활달한 연주가 카타르시스마저 전하고 있다. 피아노 오중주에는 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로 주목받는 권혁주가 참여해 보다 밝고 활력이 넘치는 음악을 완성해냈다.

젊은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 1집 앨범, 프렌치 작곡가들의 감성을 담은 2집 앨범. 3년 만에 독일의 낭만, 슈만의 레코딩은 MIK 앙상블의 변함없는 호흡으로 더욱 빛이 난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