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태의 인터넷 세상 읽기]GPS 등 주요 기능 제거 소비자 불만… 스마트폰·무선인터넷 고립화 논란

한국 소비자는 아이폰 같은 휴대폰 하나 선택할 권리조차 무시당하고 있다.
경쟁이 심한 미국과 달리 경쟁이 약한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현대가 독점하면서 외국보다 비싼 가격과 AS처리의 미숙함으로 소비자의 원성이 높다. 소비자는 외국회사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반발심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도요타가 10월에 직접 한국에 진출하면서 캠리를 내놓자 일주일 만에 3천 대의 구매 계약이 이루어졌다. 수입상을 통해 판매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의 도요타 돌풍은 한국 소비자에게 더 이상 애국심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IT 분야에서도 소비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해외 판매용과 달리 주요 기능을 제거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제품을 출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국내 소비자의 불만은 갈수록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불거진 아이폰과 뉴초콜릿폰에 대한 논쟁은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의 아이폰은 얼리아답터라면 가장 갖고 싶은 최고의 제품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출시가 안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한국이 갈라파고스 섬처럼 세계의 흐름과 차단되어 고립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제기되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인터넷의 아버지 빈트 서프 박사도 한국의 무선인터넷 사용자가 너무 적은 것에 놀라워했다. 유선인터넷에서는 한국이 앞섰지만 미래를 좌우할 무선인터넷에서는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다.

1- 해외 출시폰에는 있고 SKT 출시 뉴초콜릿폰에 없는 4가지 기능 2- 해외에서는 스마트폰을 자동차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한다.
이동통신사의 욕심이 만든 무선인터넷의 '갈라파고스 한국'

한국의 무선인터넷 환경이 뒤진 이유 중 첫 번째로 손꼽는 것이 이동통신사의 지나친 욕심이다. 이통사가 당장 매출 감소를 우려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신기술 도입을 의도적으로 막은 것이 무선인터넷 및 스마트폰에서 '갈라파고스 한국'을 만든 것이다.

최근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된 뉴초콜릿폰은 이러한 국내 이통사의 폐쇄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해외 출시 뉴초콜릿폰에는 외부 MP3 재생, 3.5파이 단자, GPS, 무선랜의 스마트폰 핵심 기능이 모두 있지만 한국 출시 뉴초콜릿폰에는 핵심 기능 네 가지가 모두 빠져서 출시된 것이다.

해외 사용자는 자신이 보유한 MP3 파일을 뉴초콜릿폰에서 돌비모바일과 3.5파이를 이용해 최상의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 따로 MP3P를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는 기존 MP3 파일을 듣기 위해 MP3P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3.5파이 단자가 없기 때문에 한국사용자는 다양한 이어폰과 헤드폰 선택권이 제약되고, 전용 이어폰으로 듣기 때문에 청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GPS 기능이 빠져 카내비게이션도 따로 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수 많은 GPS 응용프로그램이 한국에서는 모두 그림의 떡이 되었다.

가장 논란이 된 기능은 무선랜 기능의 제거다. 무선랜이 지원된다면 프로그램 내려받기(download)나 인터넷 사용 시에 무선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무선인터넷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만큼 이통사에는 손해다. 무선랜은 단순히 요금의 절약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른 PC의 파일을 휴대폰으로 옮기는 일상적인 작업에 필요한 기능이다.

무선랜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집에 가서 전용케이블을 가지고 와야만 다른 PC에 있는 파일을 휴대폰으로 옮길 수 있다. 100만 원짜리 초고가 스마트폰을 유선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정보공유로 소비자주권을 지키는 사례 증가

폐쇄성은 결국 한국 IT산업의 후퇴를 가져오고 있다. 몇 년째 무선랜과 GPS 기능이 빠지니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가 없다. GPS 기능이 포함된 휴대폰이 많아지면 중소 벤처기업이 GPS 소프트웨어를 내놓으면서 다양한 소프트웨어 발전이 이루어지지만, 이미 있는 GPS마저 빼놓고 출시하는 국내 환경은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의 몰락을 부추긴다. 콘텐츠업체도 악순환을 겪고 있다.

SKT에서 게임을 내려받을 경우 '이노티아 연대기2'는 총 1만2400원, '제노니아2'는 1만3625원이 든다. '이노티아 연대기2'의 게임가격은 4천 원이고, 데이터통화료는 8,400원으로 통신요금이 게임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만약 무선랜으로 게임을 내려받는다면 내려받기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국내 사용자는 1만 2천 원으로 4천원 짜리 게임 세 개를 내려받을 수 있게 되고, 이는 게임제작사의 수익이 세 배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소비자와 콘텐츠 제공업체의 선택권을 박탈당한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과거라면 국내 기업의 폐쇄성을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외제품과 사양을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기업의 소비자 선택권 무시 사실을 국내 소비자도 알게 되었다. 웹2.0 시대가 되면서 블로그나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사용자 참여와 정보 공유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반소비자 정책을 펴는 기업의 입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소비자주권을 지키는 바탕이 되고 있음을 안다면 더 늦기 전에 국내 기업도 소비자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고 신기술도입과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소비자의 변심은 정말 빠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www.da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