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미술의 대표작가 초대전 - 오늘>김종하·장두건 화백 등 130여 원로·중진 작가의 대규모 전시

1-김종하 '파리 교외 풍경'. 유채
2-장두건, '산간마을의 정미소', 유채
3-이억영 '잉어', 한지에 채색
4-박돈, '애마소녀의 아침', 유채
젊다는 것은 푸른 힘과 가능성만으로도 희망적이다. 미래를 이끌어 갈 그 푸른 희망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고 차고 넘치는 게 요즘이다. 그렇다고 그런 세상이 늘 장밋빛만은 아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젊은 아티스트들의 성장과 파워는 놀라울 정도여서 예술계는 거의 그들의 독무대인 양상이다. 반면 원로, 중견 예술가들은 설 자리가 좁아 일부를 제외하고 '뒷방 늙은이' 로 밀려나는 풍토다. 여기에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파벌과 물질적 이해가 더해지면 예술계의 교류는 황량하기까지 하다.

미술계의 현실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미술 조류(트렌드)에 발빠르게 부응하고 몸값이 오른 스타 작가가 대접을 받고 묵묵히 자신의 예술 세계를 지켜 온 중견 작가는 소외되는 경우가 심심찮다. 또한 서양화는 서양화대로, 동양화는 동양화만의 독립적인 전시를 고집해 편식된 전시가 관행처럼 돼왔다.

국내 전시는 수년 전부터 신진 세대를 중심으로 한 컨템포러리 미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컨템포러리 작품이 고가에 팔리는 것도 그런 추세에 한몫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류에 아랑곳 않고 나름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중견 작가들은 전시 기회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작품활동도 위축된다. 동양화는 편향된 미술 흐름에 더욱 외면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미술의 대표작가 초대전 - 오늘>전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원로작가 및 중진, 중견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다 동·서양화를 망라한 대규모 전시이기 때문이다.

전시에는 90대의 노령임에도 붓을 놓지 않고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김종하, 장두건 화백을 비롯해 조병현, 이한우, 박돈, 우희춘, 추연근, 최예태, 신종섭 화백 등 7,80대 원로화가들과 이두식, 우제길, 신동권, 원문자, 김태호, 심경자, 이경수, 문상직 화백 등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5,60대 중견작가 등 모두 130여 명이 참여한다. 한국 미술을 이끌어온 중추들로 동·서양화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온 작가들이다.

초대전을 준비한 신동권 화백(한국미술지도자협회장)은 "원로화가와 중견화가들의 서로 다른 기법,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조화를 이루면서 관람자의 흥미가 배가될 것으로 믿는다."며 "모처럼 동, 서양화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모인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 화백은 또 "미술을 통한 국민들의 정서함양을 위하여 미술의 대중화와 각계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며 "좋은 전시장에서 의미있는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후원을 아끼지 않은 포털아트(www.porart.com)와 갤러리 레지나 등 후원자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국미술의 대표작가 초대전 - 오늘>전은 11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1,2,3,4실 전관에서 열린다.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삶도 보았으면"

신동권 화백(한국미술지도자협회장)
오는 11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미술의 대표작가 초대전 - 오늘>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들만의, 그리고 동·서양화를 망라한 전시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전시가 성사되기까지 많은 작가들이 참여했지만 특히 신동권 화백(한국미술지도자협회장)은 사실상 전시를 주도하다시피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의를 든다면

"국내 전시를 보면 젊은 세대, 인기 작가 위주의 전시가 많고 서양화, 동양화 나뉘어서 하는 경향인데 정작 한국 미술을 이끌어온 화단의 대표적 작가들의 전시는 드물었습니다. 또 서양화, 동양화 나뉘어서 그룹전을 했고요. 한국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분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동·서양화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전시의 의의가 있습니다"

중견 작가들만의 이색적인 전시인데

"대부분 30년 이상 화가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전시인데 예술은 그런 인생 속에서 일궈낸 노력과 경륜의 산물입니다. 예술에서 '천재'란 없다고 봅니다. 젊은 작가들이 한 때 우쭐할 수 있지만 예술의 길은 멀고 고단하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뿐 아니라 작가분들의 삶도 보았으면 합니다"

작가가 130여 명에 이르는데 선정 기준은

"미술계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화단의 대표들을 초대했습니다. 아쉽게 빠진 분들도 있는데 개인전이나 해외 체류, 일신상의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분들이 있습니다. 동양화의 이억영 선생님은 며칠 전 작고를 하셔서 특히 아쉬움이 큽니다"

대규모 전시가 쉽지 않았을텐데

"작가분들을 선정하고 모시는 것도 큰 문제였지만 전시 규모가 크다보니 비용이 제일 부담이었는데 다행히 포털아트 등에서 지원을 해주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문화선진국으로 나아가는데 각계각층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