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자 초대전필생의 주제 현대 문인화 스타일로 표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서 전시
그러나 그녀의 작업은 좀 더 현대적이다. 전통적인 문인화가 주제를 은유와 함축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면 그녀의 표현은 보다 직접적이고 역동적이다.
올해 2월,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린 열 네 번째 개인전에서 소재로 삼은 소나무는 화면 전체를 가로질러 하늘로 솟구칠 듯 그려져 있다. 심하게 꺾이고 휘어진 줄기에서는 소나무의 거칠고 강한 기운이 만져질 듯하다.
언뜻 산의 굴곡 같기도 한 거친 붓 자락이 자유분방하게 표현된 화선지에는 수묵담채가 아닌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의 이미지마저 오버랩된다. 간간이 적혀 있는 글귀는 수묵담채 속의 조화로움보다는 글씨 자체의 조형미를 위해 사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그녀는 한민족을 하나의 끈으로 엮어주는 '아리랑'이라는 필생의 주제를 이번엔 분단의 현장 DMZ로 담아냈다. 수줍은 듯 연분홍빛 얼굴을 한 철쭉꽃이 DMZ 철책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글이 아닌 KOREA DMZ라는 글씨가 검은색의 철책과 철쭉꽃 사이로 쓰여있다. 뼈아픈 현실이다.
그동안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미국 샌디에고, 오스트리아 비엔나, 영국 런던에서도 전시를 한 바 있는 김권자 화백은 내년에도 영국에서 또 한 차례 전시할 예정이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