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인사미술제15개 화랑 40여 명의 작가 작품과 17명 작가의 특별전

하인두 '무제'
한국의 대표적인 화랑 거리인 서울 인사동에서 '예술축제'가 펼쳐진다. 인사동 미술문화의 정립과 부흥을 향한 '인사미술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인사미술제는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인사동 일대의 참가화랑 및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인사미술제는 2007년 인사동을 대표하는 화랑들이 인사동 본연의 문화를 회복하자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정체불명의 갖가지 이질적 요소가 인사동 곳곳에 자리하면서 전통의 거리 인사동이 저급한 거리로 변질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본 뜻있는 화랑들이 순수미술이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 미술1번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기획한 것이다.

인사미술제는 커미셔너제를 두고 특정 주제를 모토로 삼아 여타 미술제와 차별화된다. 미술제의 색깔을 분명히 해 인사동 미술문화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이번 미술제의 커미셔너는 지난 1,2회에 이어 국제평론가 협회 부회장이자 호남대 교수인 윤진섭 평론가가 초빙됐다. 미술제 주제는 '한국의 팝아트'. 1960년대 대량 생산. 소비 시대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세계에 영향을 미친 팝아트가 한국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살피자는 취지다.

윤영철(윤갤러리 대표) 미술제 홍보이사는 "화랑에서 팝아트적 작가들의 전시가 많고 해외 미술시장에서도 그들이 주목받고 있어 이번 미술제를 통해 국내 팝아트와 작가를 알리고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며 주제 선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임택, '옮겨진산수유람기'(왼쪽)
이화백, 'picnic'
제1회 인사미술제의 주제는 '단순과 복잡(Simplicity & Complexity)', 제2회 때는 '미와 추의 사이(Between the Beauty and the Grotesque)'가 주제였다.

이번 인사미술제에는 15개 화랑 43명 작가의 팝아트 작품이 선보이고 17명 작가의 특별전도 열린다. 참가 화랑은 물론 참여 작가들 또한 엄격한 기준에 의해 선정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우선 특별전은 한국 서양화단에 추상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한 하인두를 비롯, 1970년대 한국적 팝이 정착하는데 초석을 마련한 한만영과 김용철,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초현실주의 미학이 돋보이는 고영훈, 펜과 연필의 기하학적 스펙터클을 보여준 블루칩 작가 홍경택, '오브제 문신작업'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김준 등이 참여해 인사미술제에 무게를 더한다.

참가화랑에서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우화적인 팝아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견작가 안윤모를 비롯해, 불교에의 공(空)을 미학적으로 풀어낸 이길우, 철과 알루미늄 면재를 잘라 절제된 색칠을 한 뒤 조립하는 방식의 팝아트 조각을 시도하는 고근호, 세밀화로 여성의 감성을 표현한 신선미 등을 만난다.

한국화의 전통적인 면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며 평면과 공간을 넘나드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김지혜, 민화와 팝아트의 연금술적 혼합을 보여주는 홍지연 작품은 낯설면서 친숙한 인상을 준다. 랜티큘러(영상변화 표시장치)로 표현된 동화나라를 표현한 박형진, 동물을 차용해 인간의 내면과 현대인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보여준 아트놈, 한상윤의 작품도 날카로운 즐거움을 전한다. 그림 잘 그리는 가수로 유명한 조영남의 화투와 트럼프를 주제로 한 전시도 눈길을 끈다.

이번 인사미술제는 젊은 작가부터 중견작가까지 참여 연령층도 다양해 젊은 학생부터 중년의 관람객까지 골고루 만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커미셔너인 윤진섭 교수는 "'한국의 팝 아트'를 주제로 다수의 다양한 팝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이번 인사미술제는 한국 팝아트의 현황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고 미술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적 팝 현상에 대한 진지한 논의"

커미셔너 윤진섭 국제평론가협회 부회장, 호남대 교수
제3회 인사미술제 커미셔너인 윤진섭 평론가는 한국 팝아트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1967년 중앙공보관에서 열린 <청년작가연립전>에서 심선희, 정강자, 김영자 등 일부 여성작가들에게 의해 팝적인 주제의 설치 및 오브제 작품이 나타난 이래 한국 미술계에서 팝아트에 관한 논의는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다.

1972년에는 미술평론가 오광수와 하인두의 표절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인데, 그 단초는 하인두의 작품 '태극기송'이 미국의 팝아티스트 인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를 모방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대 팝아트의 원산지인 미국에서 팝아트가 유행을 하던 때로서 한국의 팝아트에 대한 수용은 감각적인 수준의 모방에 불과하였다. 1970년대는 하이퍼리얼리즘의 등장과 함께 팝적인 소재로 작품을 하는 소수의 작가들이 등장하였는데, 한만영과 김용철 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두 작가의 선구적인 작품은 이후 한국적 팝이 정착하는 데 있어서 그 초석이 되었다.

즉 1980년대 이후에 변종곤, 김정명, 임봉규, 예유근, 박도철, 박불똥 등 명화의 이미지를 차용하는 작품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적 팝의 분위기가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 신세대가 등장하면서 한국적 팝은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게 되고 자유분방한 상상력에 의한 다양한 방법론들이 등장하게 된다.

2000년대에 진입하면서 특히 한국적 팝은 성황을 이루게 되는데 여기에는 왕광이로 대표되는 중국 팝(Chinese POP)과 나라 요시토모로 대변되는 일본 팝(Japanese POP)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의 팝적인 경향의 유향은 해외 옥션의 여파로 인한 상업적 성공과 관련이 깊다.

윤진섭 평론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팝적인 경향을 보이는 작가는 약 100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수퍼마켓과 마트로 대변되는 대량소비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팝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그러나 상업적 성공 이외에 팝의 유행에 대한 진지한 학술적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윤 평론가의 지적이다. 이번 인사미술제의 주제를 '한국의 팝 아트'로 한 것에 대해 윤 평론가는 "팝을 화두로 제시함으로써 한국적 팝에 대한 논의를 제기함은 물론 혼란스럽게 전개되고 있는 '팝적 현상'에 대한 분석을 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회 인사미술제 참가화랑 및 특별전 참여작가

참가화랑 : 가람화랑(김지혜), 갤러리고도(이안), 갤러리아트싸이드(김성엽, 윤종석, 임태규, 장재록, 잭슨홍, 하용주), 갤러리우림(고근호, 안윤모), 남경화랑(최석운), 노화랑(박형진), 동산방화랑(이아영, 임택), 모인화랑(노준, 안수연, 이화백), 백송화랑(박종호, 양은주, 임동승), 본화랑(아트놈, 이재민, 이지현), 선화랑(김경민, 신선미, 이길우,이승오, 최영돈, 홍지연, 홍지윤), 윤갤러리(조영남), 인사갤러리(김썽정, 낸시랭, 박영숙, 송광연, 오지영, 장영진, 조정화, 한상윤), 하나아트갤러리(파야, 박성수, 강영민), 가나아트갤러리-인사아트센터(유영운)

특별전 : 강용면, 고영훈, 권여현, 김근중, 김준, 김용철, 김인태, 윤정미, 위영일,이동기, 이동재, 이이남, 정인완, 최정화, 하인두, 한만영, 홍경택 외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