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오프대학로 페스티벌의 '페미니즘 연극제' 참가작. 잊어버린 연극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페스티벌의 취지에 맞게 지나치게 상업적인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공연의 순수성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백작의 딸 줄리와 백작의 하인 쟝이 하룻밤을 같이 보낸 뒤 벌어지는 사건이 극의 주된 내용. 신분의 벽이 있는 스웨덴을 떠나 프랑스로 도망가려는 계획을 실행하려다 줄리가 아끼는 새를 쟝이 죽이게 되면서 숨겨져 있던 그들의 갈등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작품은 몰락해가는 귀족인 줄리와 기회주의자인 쟝이라는 인물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성의 갈등, 귀족과 하인이라는 계급의 갈등을 포함해, 과거와 미래, 이상과 현실, 욕망과 사회적 체면 등을 함께 다룬다. 하룻밤이라는 짧은 시간이 시간적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치밀한 대사와 절제된 동작이 이 모든 것들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의 원작을 발표한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스웨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초반에는 자연주의와 무신론을 담은 작품을 주로 발표했고, 후기에는 모순을 발견한 인간의 번뇌를 주 소재로 삼았다.

<미스 줄리> 외에도 <다마스쿠스까지>, <죽음의 무도> 등을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분법의 함정에 빠져 고민하고 좌절하는, 그 어떤 쪽도 선택할 수 없어 괴로워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다룬다. 11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삼일로 창고극장. 02) 638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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