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케빈 오르테가 감독의 팝의 황제가 전 세계 팬들에게 남긴 최고의 무대

격하게 말하자면,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하 <디스 이즈 잇>)은 이렇게 개봉해선 안됐을 영화다.

올해 6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약물과다 투여'라는 황망한 사인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7월 '디스 이즈 잇'의 런던 공연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 팬들은 '황제의 화려한 귀환 무대'를 바라보며 열광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2010년 초까지 '디스 이즈 잇'의 세계 투어가 잡혀있었으니, 마이클 잭슨은 지금 이 시간에도 무대 위에서 '호우~'라는 추임새와 함께 신기에 가까운 '문워크'를 선보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디스 이즈 잇>이 마이클 잭슨 공연 DVD의 '메이킹 서플먼트'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떠났다. 그를 할퀴던 혓바닥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네버랜드로. 만약 그의 영혼이 이 세상에 미련을 갖는다면, 그건 아직 어린 세 명의 자녀와 최종 리허설까지 마치고 무대에 올리지 못한 '디스 이즈 잇' 공연 때문이리라.

통탄할 안타까움은 '데인저러스' 월드 투어를 시작으로 '디스 이즈 잇'까지 20년 넘게 잭슨의 공연을 총괄했던 케빈 오르테가 감독과 전체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케빈 오르테가 감독은 마이클 잭슨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만든 메이킹 필름과 공연 영상을 모아 <디스 이즈 잇>을 완성했다.

"언제나 한계를 넘어선 무대를 원했던" 팝의 황제가 남긴 최고의 무대는 비록 미완성인 채로 공개됐지만, 어떤 완벽한 공연 실황보다 환상적이고 감동적이다.

<디스 이즈 잇>의 일차적인 볼거리는 바로 공연이다.

잭슨이 런던 기자회견을 통해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노래들을 들려드릴 거예요"라고 말했던 만큼 '디스 이즈 잇' 공연에선 'Jam' 'Beat it' 'Somethin' 'Wanna Be Startin' 'Man in the Mirror' 'Black or White' 등 그의 불멸의 히트곡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화려한 무대 의상 대신 펑퍼짐한 패딩 점퍼를 입은 마이클 잭슨이 무대에 올라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백업 댄서들과 합을 맞추는 리허설이라지만, 흡인력은 대단하다.

영화는 한 곡의 리허설이 끝나면 잠시 암전되었다가 다음 곡의 리허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는데, 그 사이 관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올 정도다. 특히 'Thriller'과 'Smooth Criminal' 'Earth Song'은 압도적이다.

3D 영상을 도입해 대형 화면에서 좀비들이 튀어나오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려던 'Thriller'의 준비과정과 마이클 잭슨이 흑백 갱스터 영화 속으로 들어가 험프리 보가트와 총격전을 벌이는 특별 영상을 준비했던 'Smooth Criminal', 숲의 정령처럼 보이는 어린 소녀가 불타오르는 숲 속에서 작은 나무 묘목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불도저와 맞서는 'Earth Song'의 영상은 황홀한 수준이다.

동시에 완성된 공연을 무대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탄성의 끝자락에 아쉬운 한숨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큰 탄성과 한숨의 주인공은 당연히 마이클 잭슨이다. <디스 이즈 잇>이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건, 온갖 추문의 꼬리표에서 자유로운 아티스트 마이클 잭슨이다.

영화 속에는 그간 수많은 매체가 보여줬던 그의 화려함과 어두움을 모두 배제하고,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천재 아티스트의 면모에 집중한다.

그는 아주 미묘한 음의 뉘앙스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연주자와 소통하고, 찰나의 영감을 발휘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인다. 또한 잭슨은 자상하고, 사려 깊으며, 사랑스러운 인간이기도 하다.

날카롭게 스태프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난 뒤엔 반드시 손 키스를 보내며 "화내는 게 아니야. 더 좋은 무대를 위해서야. With L.O.V.E"라고 애정을 표현하고, 고음이 필요한 부분에서 노래를 멈추고는 "목을 보호해야 하니까 살살 부르는 것뿐이야"라며 너스레를 떤다.

리허설이 마음에 들면 "이래서 리허설이 필요해"라고 뿌듯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공연에 쓰일 특별 영상을 체크하면서 아이처럼 행복해한다.

여성 보컬과 듀엣을 맞추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후렴구에서 여성 보컬이 즉흥 연주를 들려주자 잭슨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와 대구를 맞춰 전율적인 애드리브를 선보인다.

실제공연을 방불케 하는 잭슨의 무대에 스태프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자 신난 아이처럼 노래에 빠져들던 잭슨은 문득 자신의 오버를 깨닫고는 손사래 친다. "그러지 마, 자꾸 그러면 안 돼."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는 그는 순수하게 행복해 보인다.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잭슨의 모습을 담고 있는 덕에, <디스 이즈 잇>은 단순한 공연 영상을 넘어서 가슴을 울리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모든 스태프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잭슨이 얼마나 위대한 아티스트인지" 입을 모으지만, 조금도 작위적인 기색이 없다. 그들 모두 진심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눈물을 글썽이는 젊은 댄서들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내로라하는 실력파 댄서들은 마이클 잭슨의 백업 댄서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한다.

그들에게 잭슨은 '영웅'을 넘어 '꿈'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디스 이즈 잇>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가 남아있는 한, 그 꿈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음을 확인시킨다.

10월28일 개봉해 2주 한정 상영하기로 했던 <디스 이즈 잇>은 전 세계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연장 상영에 들어갔다. 외국에 비해 조용했던 한국도 영장 상영을 결정했다고 한다.

아직까지 극장을 찾지 못한 한국 팬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만약 실제 공연이었다면 수십만 원을 호가했을 '디스 이즈 잇'의 VVIP 좌석표를 8천원에 구하는 횡재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신곡 'This Is It'를 들었을 때보다 잭슨이 마지막으로 부른 'I Will Be There'을 들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저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난 거기 있을 거예요." 마치 떠날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잭슨은 미소를 머금고 객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MJ Will Be There.



박혜은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