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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의 아리랑 길을 묻다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
한민족 정서 담은 민요 문화코드로 성찰·발전 방안 모색
김치와 한글 등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세계화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엔 우리나라의 대표 민요이자 민족정서가 응축돼 있는 '아리랑'을 세계화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이영후)이 주관하는 '2009 아리랑 세계화 국제 심포지엄'이 11월 10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본고장에서조차 잊혀져 가는 아리랑. 어떻게 세계의 음악으로 발돋움시킬까?

한국인에게 아리랑은 무엇인가?

아리랑 하면 서구화와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전통문화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문화부가 지난해 전국의 성인남녀 네티즌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리랑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67.1%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징으로 '아리랑'을 꼽았다.

대다수 국민의 의식 속에 아리랑이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코드로 확고히 각인돼 있다는 뜻이다. 또, "외국인에게 아리랑을 설명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2%가 "대표 민요"라고 답했고, 29.8%는 "민족정서"라고 답했다.

  • 베스트 셀러 <컬처코드>저자 크로테르 라파이유(왼쪽),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영후 이사장
반만년 동안 한국인의 삶과 함께 해온 아리랑은 희로애락을 간직하고 있다. 한(恨)이나 슬픔, 그리움뿐 아니라 기쁨과 희망 등 다양한 정서가 담겨 있는 음악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전통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지난해 문화부는 심층심리분석과 집단토론 그리고 각계 전문가 8명의 인터뷰 조사를 통해 '아리랑 문화성향 분석'을 했다. 그 결과, 한국인의 무의식 중 아리랑은 '부끄러운 자식', '나라의 이름', '한국인의 여권'이라는 이미지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인은 아리랑을 통해 외국인에게 자신이 중국, 일본과는 다른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부끄러운 자식'은 일제시대, 6·25 등과 같이 암울했던 역사와 강하게 유착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추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았다.

아리랑 세계화 추진위원으로 활동 중인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기현 교수는 "그 동안 아리랑이 과거 지향적이었고, 동시대 사람들이 그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문화적 흐름에 맞춰 공감하고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맡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영후 이사장(탤런트, 영화배우·사진)도 "아리랑은 5천년 동안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친구가 되어준 노래였다"며 "한민족 특유의 정서를 담고 있는 소중한 노래를 이제 세계에 알릴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아리랑에 담긴 문화 코드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베스트셀러 <컬쳐코드>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문화마케팅 구루인 크로테르 라파이유(사진)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전통문화는 트렌드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며, "한국문화의 중심이 되는 아리랑을 통해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 확장을 하는 것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리랑 속에는 수난의 역사 속에서 어렵게 생존해온 한국인의 끈기와 독특한 문화적 주체성이 녹아 있다"며 "아리랑이 가진 이러한 문화적 강점을 찾아 그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세계화 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리랑이 가진 문화적 강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리랑:한국의 노래(Arirang: Song of Korea)>의 저자이자 유타 대학교 지리학과 명예교수인 이정면 박사는 강연에서 '어울림'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역사 속의 아리랑은 다양한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문화적 상징이다. 빈곤과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조상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괴로운 삶을 헤쳐나갈 동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노래를 통해 한국인을 하나로 모으고, 함께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대학교 키스 하워드 부학장은 아리랑에서 '열정'의 상징을 발견한다. 하워드 교수는 "과거 한국에서는 아리랑 없이는 어떤 축제나 국가적인 행사가 이뤄질 수 없었다"며 "오늘날에는 2002년 한국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응원가로도 널리 불려진 열정적인 문화코드"라고 했다.

그는 또, "아리랑은 한국의 소리이고, 한국인의 정서를 담고 있는 노래이지만, 동시에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세계적인 정서와 감정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고통과 기쁨, 절망과 희망, 애처로움과 열정 등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어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을 총망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하워드 교수는 아리랑의 멜로디가 편곡 및 변주는 물론 재즈나 팝 같은 다른 장르의 음악에 첨가되기에도 좋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아리랑에 빠진 벽안의 가수


하지만 정말 아리랑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심포지엄에는 아리랑에 빠진 벽안의 가수가 초대됐다.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잉거 마리는 "열망, 절망, 슬픔, 투쟁, 위안, 사랑 그리고 희망 등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는 요소를 담고 있는 치유적인 노래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깊은 감성적 특성들이 보편적으로 모든 인류의 마음에 호소할 수 있다"고 아리랑을 격찬했다.

그가 아리랑을 처음 들은 것은 몇 년 전, 스웨덴 기타리스트 울프 와케니우스(Ulf Wakenius)의 '포에버 유(Forever You)' 라는 앨범 속에 들어 있는 아리랑 연주 버전이었다.

"그 당시 저는 아리랑의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는데요. 저는 그 음악이 그저 아름다운 한국의 자장가로 들렸습니다. 저는 아리랑의 가사를 알기 전에 그 멜로디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는 2005년 첫 한국 방문 전에 자신의 밴드에게 아리랑 연주버전을 시도해 볼 것을 권유했고, 서울 백암 아트홀에서 첫 아리랑 콘서트를 가졌다. 이후 스웨덴 기타리스트 울프 와케니우스와의 협연으로 LG아트센터에서 아리랑을 연주했다. 또, 최근 새로운 버전의 아리랑 음악을 작업해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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