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넘나드는 특유의 시 세계 펼친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 돌아봐

성춘복 시인은 신석초 시인에 대한 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선비다움이나 시인다움은 철저하게 세속적 이해를 벗어난 점에서 빼어난 본보기라 나는 생각했다. 세속과는 거리가 먼 듯한 깊숙한 눈에 특유의 회갈색 눈빛, 그리고 더없이 날카롭게 꺾어진 콧등은 사물이나 사리를 대할 때 한 치의 어긋남도 용납하지 않는 매부리코로 어쩌면 고고하고 초연하기 이를 데 없는 품이었다."

422행의 장시(長詩) '바라춤', '처용은 말한다', '프로메테우스 서곡' 등으로 현대 시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신석초(申石艸·1909~1975)의 시비 제막식이 지난 7일 충남 서천 시인의 묘역에서 열렸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시인은 폴 발레리로 대표되는 서구정신에서 출발해 동양적 노장·불교사상을 거쳐 고유한 한국 전통시를 현대에 맞게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역임했고 예술원 회원, 시인협회장을 지냈다. 2000년에도 고향인 서천에서 서천군민과 문인들이 주축이 되어 한산 모시타운에 시비를 건립한 바 있다.

시비 제막식에 앞서 서천문화원에서 신석초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한 학술대회도 열렸다. 성춘복 시인, 김후란 시인, 청주대 조용훈 교수, 조병무 문학 평론가 등이 학술대회의 발제자로 나섰다.

이번 학술대회는 신석초 시인의 문학과 사상을 이해하고 희랍 신화를 소재로 장시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한 신석초 시인의 업적을 돌아보고 일상 생활에서의 시인을 추억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여기에 조병무 문학 평론가의 심도 깊은 '바라춤'연구를 통해 동서양 사상을 넘나들며 특유의 시 세계를 펼친 신석초 시인의 현대 시문학사에서의 의미 등이 입체적으로 조명된 자리였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