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된 후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인 최치언 작가의 작품. 작가는 문삼화 연출가와 함께 2008년 연극 <너 때문에 산다>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공연은 시적이며 동화적인 구성 때문에 '어른들의 동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동화'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인간 본연의 죄의식을 꿰뚫어보기 때문에 단순히 아름답거나 가벼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허수아비가 쌍둥이 세 자매를 범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극의 중심사건. 아무도 자신들을 찾지 않는 상황에서 세 자매는 지어낸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는 비극을 초래한다. 쌍둥이 자매를 통해 여성성이 가지고 있는 죄의식에 접근했다.

금기된 것을 어겼을 때의 불안, 공포, 희망을 포함하는 죄의식에 대해 돌아보게끔 한다. 지껄이듯 내뱉는 대사와 돌발 행위는 죄의식의 외형을 드러낸다. 또한 당대의 사회적 윤리와 도덕을 넘어선 인간 본연의 죄의식을 다룸으로써 심화된 무의식의 세계로 향해간다.

세 자매를 연기하는 배우 길해연, 황정민, 김지원은 연극계에서 이미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배우들로서, 나이를 분간할 수 없는 세 자매를 비극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들의 연기는 장 쥬네의 <하녀들>을 연상시킨다. 12월 2일부터 12월 1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 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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