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아시아'(PAN ASIA)퍼포먼스 아트 페스티벌 디렉터와 대표 아티스트 지속적 네트워크 목적
반면 예술로서의 퍼포먼스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되는 일은 드물다.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퍼포먼스는 아직도 그 이름이 '해프닝'이던 시절인 1954년의 존 케이지의 전위음악연주회 <4분 33초>에 관한 것이다.
백남준과 함께 플럭서스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던 필립 코너가 얼마 전 내한해 그 헌정 공연이 잠깐 이슈가 됐지만, 이는 다시 퍼포먼스 아트의 현재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뿐이었다.
우연성과 즉흥성이 중시되는 실연 예술(live art)의 특성이 장르를 넘어 활발한 지금, 퍼포먼스나 다원예술에의 관심과 실행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교류 활동들은 최근 아시아에 집중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아시아 각국의 퍼포먼스는 대부분 10년 이상의 세월을 거쳤지만 이제까지는 적극적인 교류보다는 개별활동에 집중해 왔다. 게다가 그 성격도 아시아적이기보다는 서구지향적 특성을 지닌다는 한계도 지적돼 왔다. 퍼포먼스가 지닌 전위성과 새로운 실험을 위한 원동력이 필요할 때, 영감의 원천을 위한 긴밀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판 아시아의 문유미 기획실장은 "이제까지는 각국 페스티벌에서 일부 아티스트들이 타국의 아티스트들을 개인적으로 초청하는 정도였지만, '아시아'라는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는 이 행사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해에 이미 첫 행사를 치른 바 있지만 여건상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마카오, 일본의 몇몇 아티스트들만 참석한 만남 위주의 행사라는 한계가 있었다.
문 실장은 "서구지향의 작품 양상 때문에 그간 아시아인 스스로가 아시아를 잘 모르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아시아 특유의 보편 정서와 특성을 발견하면서 아시아 퍼포먼스 아티스트로서의 자부심과 동질감을 담아낼 수 있는 장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행사의 성격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교류전의 목적은 아시아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퍼포먼스 아트 페스티벌의 디렉터와 대표 아티스트들의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이다. 이른바 '국가대표'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의 내공을 교차시키며 새로운 예술활동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퍼포먼스 아트도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일거양득의 기회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퍼포먼스 아트와 라이브 아트, 액션 아트 등의 아카이브를 구축해서 국내외 다원예술 활동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서울을 아시아 퍼포먼스 아트의 구심점 혹은 교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문유미 기획실장은 "아시아 각국마다 그 예술의 특성이 천차만별이다. 앞으로는 이를 이해하고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더 많은 아시아 퍼포먼스 아트 단체들과 교류하면서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꾸릴 것"이라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아나키즘과 다다이즘을 바탕으로 한 <친푼칸푼 Chinpunkanpun>이라는 작품을 들고 온 그는 제목을 '한 순간 혹은 찰라'라고 설명하며 "한 순간이 이어진다고 해서 로직(Logic, 논리)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다. 요즘 예술가들은 '로직'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데, 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자신만의 신념을 내비치기도 했다. "논리는 설명이지 그 본질은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78세의 다다이스트의 고집에 그 자리에 참석한 아시아 아티스트들은 동감하는 제스처를 보냈다.
12일까지 대학로 일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Crazy Wisdom'을 주제로 진행됐다. 'Crazy Wisdom'은 일상적인 시선을 뛰어넘어 세상을 통찰하는 퍼포먼스 아티스트들의 독창적인 시선을 의미한다. 한때 백남준에게서 광기의 예술혼이 발견됐던 것처럼, 퍼포먼스가 가진 실험성과 전위성은 20세기의 첫 등장처럼 지금 다시 한 번 아시아적 교류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그 개념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