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점의 희귀유물 안데스 고대문명과 잉카문명 총체적으로 보여줘

10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린 '태양의 아들 - 잉카'전 개막식에 참석한 김형오(앞줄 왼쪽 두번째) 국회의장, 최광식(맨 왼쪽) 국립박물관장, 이배용(네번째) 이화여대 총장, 로페즈(두번째 줄 맨 왼쪽) 주한 페루대사 등 내빈들이 이종승(세번째) 한국일보 사장과 함께 전시된 미이라를 관람하고 있다. 박서강 기자
5000년 역사를 지닌 페루(잉카)문명이 마침내 한국에서 그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모습을 드러낸 '태양의 아들, 잉카'전을 통해서다.

신화와 전설로 더 알려진 황금의 제국 잉카의 진수를 모은 이번 전시는 규모와 내용에서 '최초, 최고, 최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른다.

페루 전역의 박물관 등에서 엄선한 351점의 희귀 유물이 한국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198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황금박물관 소장품 대여 페루 국보전을 개최한 적이 있으나 안데스 고대문명과 잉카문명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처음.

내용에서도 페루 고고학의 최대 성과라는 시판왕 피라미드의 소장품 42점을 비롯해 세계 불가사의한 유적 중 하나로 꼽히는 공중 도시'마추픽추'에서 출토된 유물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 다. 보존상 해외에 나간 적이 없고 페루를 방문해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미라, 직물 등도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됐다. 또한 지상회화로 유명한 신비의 나스카 유적과 세계 고대 문자 중 하나인 결승문자를 전시를 통해 직접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페루 문명사에 따라 안데스 고대문명과 잉카제국 등 3개의 주제로 열리며 내년 3월 28일까지 이어진다. 3부로 구성된 잉카문명의 진수를 찾아가 본다.

왼쪽은 올빼미 장식병(쿠피스니케 문화), 오른쪽은 신 무늬 직물(파라카스 문화)
제1부, 안데스 고대문명의 전설

안데스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만 2000년 전으로 농경과 정착생활을 하며 자연의 신들을 숭배하였다. 안데스인들의 신앙 체계와 그 변화 과정은 대표적으로 세로세친 유적, 차빈문화(B.C.1,000-400), 쿠피스니케문화(B.C.1,200-200), 파라카스문화(B.C.1,000-A.D.200)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부에서는 특히 이국적인 신의 모습이 가득한 1800년전 파라카스 미라 망토와 독수리, 뱀 모양의 토병, 펠리노 장식물 등이 눈길을 끈다.

제2부, 문명의 발전

안데스 고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명의 특징을 다양한 유물을 통해 보여준다. 비루(BC.200~A.D.300),비쿠스(BC.200~A.D.600),모체(A.D.100~700), 레쿠아이(A.D.100~800), 나스카(BC.100~A.D.600), 티아우아나코(BC.200~A.D.1300) 등의 문화는 페루 각 지역에서 지역적 특색을 지니고 발전하였다.

1-동물 모양 상(비루, 비쿠스 문화) 2-펠리노 신상(모체 문화-시판왕) 3-펠리노 얼굴 모양 목걸이(모체 문화-시판왕) 4-투미 모양 보호대(모체문화-시판왕)
비루와 비쿠스 문화는 이전의 차빈문화의 예술적 도안의 상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구체적인 형상의 조합으로 변모되는 단계를 보여준다.

모체 시대에는 도자기가 가장 우수한 예술품의 하나로 꼽히고 금, 은, 동을 활용한 금속공예품들이 많다. 종교제의인 피의 '희생제의'와 관련한 유물과 건축 유적지로 태양과 달의 피라미드 신전, 시판왕 피라미드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20세기 최대 발굴이라는 시판왕 피라미의 부장품들은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나스카 유물 중에는 현란하고 다채로운 도기가 눈길을 끈다.

700년 경 페루 중부 산악지대인 와리를 중심으로 번성한 와리제국은 최초의 통일제국으로 유물에는 티아우아나코, 나스카의 종교, 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뚜렷하다.

'국가의 발전' 코너에서는 람바야케(A.D.750-1375), 치무(A.D.1300-1470), 찬카이(A.D.1200-1470), 치리바야(A.D.900-1440) 등 문명의 발달단계를 넘어 국가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의 상징적인 유물과 유적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왕권을 상징하는 여러 유물들을 통해 고대 사회에서 지배계층의 권력과 금은세공품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제3부, 황금의 제국, 잉카

1-새 무늬 사발(나스카 문화) 2-장례행렬 모형(치무 문화) 3-라마 모양 항아리(와리 문화) 4-미라(치리바야 문화) 5-금동관(치무 문화)
잉카는 1300년경 차빈, 모체, 나스카, 티아우아나코 문명들로 시작된 지역의 국가들을 정복하여 정치, 경제, 문화, 언어 및 종교적인 통일을 이루었다. 잉카가 부족국가에서 제대로 된 왕국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438년 9번째 잉카의 왕좌를 물려받은 파차쿠택(1438-1471년)이었다.

잉카는 태양신을 최고의 신으로 모시게 했으며 메시지를 전달할 때 키푸(quipu 결승문자)를 사용하였다. 키푸는 다양한 굵기와 색깔을 가진 끈에 여러 종류의 매듭을 서로 다른 위치에 만들어 여기에 정보를 기록하는 일종의 결승문자이다.

잉카제국의 마지막 도시였던 '마추픽추'의 역사적 의의와 발견 당시의 상황, 마추픽추의 기능과 최후에 대한 현재 학설에 대한 해석이 주목을 끈다.

'제국의 침략' 코너는 잉카가 멸망하는 시대적인 상황과 역사적인 기록, 이후 잉카의 재건에 대한 관념을 제시한다. 스페인에 의해 잉카제국이 정복되면서 신전이 파괴되고 중요 유물이 대다수 반출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잉카 특유의 도자기와 소형 금속제품, 유골 등이 화려했던 잉카제국과 피어린 역사를 동시에 보여준다.


1-결승문자(잉카시대) 2-케로(잉카시대) 3-파차쿠텍 초상(잉카시대) 4-아리발로(잉카시대) 5-남자 인물상(잉카시대)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