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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 예술작품 된 서민들의 삶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 (22) 푸치니와 드가
가난하고 서글픈 현실 감성적 선율과 눈부신 색채로 담아내
  • 푸치니
인상파 화가였지만 동시에 자신을 사실주의 화가라 주장했던 드가. 이탈리아의 베리스모 (사실주의) 오페라 <라보엠>과 <토스카> 그리고 <나비부인>에서 서민들의 소박한 삶을 아름다운 드라마로 재탄생시킨 작곡가 푸치니.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그들의 작품 속에는 서민들의 꾸밈없는 인생과 애환이 들어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에서는 베리스모 운동이 한창이었다. 이에 영향을 받은 푸치니는 자신의 가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페라 <라보엠>을 완성시킨다. 파리 뒷골목 다락방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 4명과 돈 많은 남자를 애인으로 삼으며 문란한 삶을 즐기는 무제타, 그리고 병들고 약한 '미미'가 등장인물이다.

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라보엠>은 가난으로 죽어가는 '미미'의 가슴 아픈 사랑을 전하고 있다. 로돌포가 부르는 <그대의 찬 손>과 미미의 아리아 <나의 이름은 미미> 등은 이 오페라의 명곡으로 뽑히는데 다음의 가사는 그들의 소박한 삶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나는 시인입니다. 글을 쓰며 살아가지요. 비록 저는 가난하지만 사랑의 시와 노래만큼은 임금처럼 낭비하고 산답니다. 희망과 꿈의 공기 속 왕궁 안에서 마음만은 백만장자랍니다."
- <그대의 찬 손> 중-

"제 이름은 미미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미미라고 부르지요…. 저는 집안과 밖에서 비단에 수를 놓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제 생활은 조용하고 행복하답니다…. 저는 백합과 장미를 좋아해요…. 저는 언제나 혼자랍니다."
-<나의 이름은 미미> 중-


  • 오페라 '토스카'
푸치니의 오페라는 노동자 계급 여성들의 삶을 그린 드가의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열심히 다림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나 파리의 한 카페에서 홀로 압생트를 마시고 있는 우울한 분위기의 여인 등은 그 당시 파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그가 즐겨 그렸던 무희들은 대부분 노동자 계층의 여인들이었는데 이들은 공연하는 것 외에도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몸을 파는 일을 겸하고 있었다. 매춘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이들의 모습을 드가는 한치의 꾸밈없이 화폭에 담아냈다.

드가의 그림의 특징은 마치 사진의 스냅샷처럼 연출되지 않은 포즈에 있었다. 그가 그린 작품의 인물들은 그림을 위해 연출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옷 매무새를 만지고 있거나 아픈 다리를 주무르거나 신발끈을 매는 등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한 드가는 연습실 한 켠에서 스폰을 하기 위해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몇몇 신사들도 놓치지 않고 그려 넣었다.

드가의 또 다른 주제는 여자의 목욕장면이었다. 드가는 여자들의 목욕장면을 마치 '열쇠구멍을 통해 들여다 본 것'처럼 그렸다. 그녀들은 누군가를 인식하지 않은 채 목욕을 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다. 드가는 이렇게 자연스러운 순간들을 꾸미지 않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여자를 동물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다고 한다.

  • 라보엠 포스터
그에게 여자란, 그의 또 다른 주제였던 경마장의 말과 같이 단순히 그리기 위한 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목욕하는 여자들을 보고 "마치 고양이들이 자신을 핥는 것 같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여자에 대해 유혹을 느끼지 못했던 드가는 평생 독신주의자로 살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의 이런 냉담한 시각은 그로 하여금 여인을 감정을 배제한 채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그릴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진실은 통한다 했던가. 이렇게 꾸며지지 않은 진실된 그녀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드가가 진실된 여성의 이미지로 감동을 주었듯 푸치니 역시 여성에 대한 최고의 심리 묘사를 한 작곡가로 칭송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드가와는 사뭇 달랐다. 독신주의자에 인간혐오증까지 있었던 드가와는 달리 푸치니는 바람기가 다분한 인물이었다. 친구의 아내를 자신의 아내로 만든 것도 모자라 수많은 여자들과 염문을 뿌렸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푸치니의 바람기로 의부증까지 생긴 그의 아내는 푸치니의 심부름꾼이었던 16세의 드리아와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한다. 결백했던 그녀를 결국 자살에까지 이르게 했던 이 사건은 푸치니의 바람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의 넘치는 바람기와 여성에 대한 풍부한 경험은 그를 여성 심리묘사의 최고의 작곡가로 만드는 결정적 요소였다.

그 방식은 달랐지만, 여성에 대한 섬세한 묘사에 성공한 이들의 작품은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화가로서는 치명적인 눈병으로 앞을 잘 볼 수 없었고 말년에는 거의 실명에 이르렀던 드가. 가난으로 파리 뒷골목을 전전긍긍하다 성공 후에는 여자와 오리사냥, 자동차수집을 즐기며 사치스런 생활을 했던 푸치니.

  • 드가 '발을 닦고 있는 여인', 드가 '다림질 하는 여인', 드가 '압생트'(왼쪽부터)
전혀 다른 삶을 살았고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던 그들. 하지만 같은 아픔과 고통을 겪어봤을 그들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건 서민들의 일상과 그들의 애환을 통한 삶의 모습이었다.

드가와 푸치니의 손을 거쳐 한 편의 환상적인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되었던 서민들의 삶. 가난하고 서글펐던 현실 그대로를 감성적인 선율과 눈부신 색채로 아름답게 담아낸 그들의 작품을 보며 인간의 삶이 주는 고통과 기쁨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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