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오페라 '이도메네오' 국내 첫선

2010년은 슈만과 쇼팽, 그리고 말러를 기념하는 해이지만 새해 첫 달, 공연계의 이슈는 모차르트가 장악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건너온 라이선스 뮤지컬 <모차르트!>가 국내 초연되는가 하면, 생전 모차르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었던 오페라 <이도메네오(Idomeneo)>가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국내 첫선을 보인다.

전자는 모차르트의 굴곡진 인생에 초점이 맞춰졌고 후자는 모차르트의 음악인생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작품이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의 탄생에는 모차르트와 잘츠부르크 궁정과의 결별이라는 단서가 주어진다. 잘츠부르크를 떠난 모차르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모차르트의 터닝 포인트

1778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어머니와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났다. 천재적인 작곡 실력을 믿고 대책 없이 잘츠부르크 궁정 음악가라는 밥줄을 걷어차고 길을 나섰지만 독일, 프랑스 어디도 그를 궁정 음악가로 받아주지 않았다.

술과 여자를 끼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던 그에게 뮌헨에서 오페라 작곡 의뢰가 들어왔다. 뮌헨의 사육제 공연을 위해 만하임 선제후 카를 테오도어가 의뢰한 작품이다. 재산을 탕진하고 어머니마저 잃어 의지할 곳이라곤 없던 그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오페라를 완성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을 맡은 김준수(시아준수)
그 작품이 바로 <이도메네오>다. 가장 절박한 시기에 잉태된 작품은 모차르트가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가 되었다. 서민적이고 동화적인, 모차르트의 여타 오페라 부파 작품과 달리 <이도메네오>는 오페라 세리아(그리스 신화나 고대 영웅담을 소재로 한 엄숙하고 비극적 오페라)의 전형으로 불린다.

트로이 전쟁이 배경인 이 작품은 이탈리아 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 현란한 아리아와 웅장한 군중 장면, 비애가 응집된 대사로 가득 차 있다. 전근대적인 작품이지만 손에 꼽히는 모차르트의 걸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을 통해 극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는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모차르트를 빈의 궁정에 자리 잡게 한 결정적인 작품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올려질 8편의 작품 중 <이도메네오>를 첫 작품으로 내세웠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의 연출 방향은 현재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내 초연이라는 점과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을 이끌고 호흡을 맞춘다는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 씨는 오페라 <이도메네오>에 대해 "음악은 굉장히 좋지만 줄거리 진행방식에는 낡은 오페라 수법이 남아있는 작품이다. 따라서 정명훈 지휘자가 얼마나 음악적 아름다움을 표현해줄 것인가와 원작에 한계가 있는 스토리를 이소영 단장이 어떻게 연출로서 극복해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이도메네오 왕은 테너 김재형이, 일리야 공주는 해외무대에서도 같은 역을 맡은 바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맡는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역을 맡은 박건형
천재 작곡가의 고뇌

1778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어머니와 고향 잘츠부르크를 떠났다. 그에게 잘츠부르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잘츠부르크를 떠난다는 것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잘츠부르크의 콜로레도 대주교 아래서 음악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며, 이는 결국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잘츠부르크 궁중 지휘자였던 아버지 레오폴트는 하늘이 내린 '기적의 아이'인 아마데우스의 재능을 세상에 알리는 데 열성적이었다.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재능을 과시해야 했던 천재는 서서히 자유를 갈구하기 시작한다. 콜로레도 대주교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악보를 찢어버린 사건은 모차르트를 잘츠부르크에서 떠나게 한 작은 계기에 불과했다.

떠나려는 아들과 가로막는 아버지와의 갈등의 골은 아마데우스의 35년 짧은 생 전체에 드리워져 있다. 천재 작곡가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뇌가 뮤지컬 <모차르트!>(1월 20일~2월 21일, 세종문화회관)에 담겨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가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대결구도를 통해 음악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면 뮤지컬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 간의 갈등과 내면의 고통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다.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에서 지휘하는 정명훈
이 작품의 대본과 가사를 쓴 독일 출신의 미하엘 쿤체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모차르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동안 모차르트에 대해 연구했다. 아마데우스가 쓴 책과 음악작품을 샅샅이 살피면서 이 작품을 쓰면서 느꼈을 내적 요동과 심적 압박감을 이해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한다. 의상이나 등장하는 인물들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구성됐다. 모차르트의 오랜 후견인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만이 픽션과 논픽션을 오갈 뿐이다.

모차르트의 생을 다룬 작품인 만큼 음악에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하던 프랑스 뮤지컬과는 달리 28인조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라이브 연주로 공연된다.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실베스터 르베이는 "작품 구상에 6년이 걸렸다. 모차르트 음악을 사용하면 누가 되지 않을까 싶어 몇 곡만 그의 음악을 인용했다"고 전했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역할은 임태경과 박건형, 김준수, 박은태 등 네 명이 번갈아 한다. 2010년, 다시 태어난 모차르트는 과연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모차르트에 어떤 이미지를 추가해줄지 궁금하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장면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