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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선덕여왕', '대장금' 딛고 '명성황후'에 다가갈까

드라마 주요장면 선별 뮤지컬적 양념 더해 관객 입맛 자극
<선덕여왕>은 끝나지 않았다. 미실 역의 고현정이 연말 연기대상을 거머쥐며 대미를 장식했지만,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뮤지컬로 다시 이어진다.

초대박 인기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화. 이런 행보에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고난과 역경을 딛으며 세상에 맞서 운명을 개척하는 여성의 이야기, 최고 50%에 가까운 시청률과 전 세계 18개국에 수출한 한류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화. 그렇다. <선덕여왕>은 <대장금>이 갔던 길을 가고 있다.

'국민드라마'로 한류의 주역이었던 드라마 <대장금>의 뮤지컬화 계획에 대부분은 원작의 엄청난 파워로 인해 어느 정도의 성공을 장담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뮤지컬 <대장금>은 원작을 '지나치게' 그대로 옮기려 한 탓에 혹평을 받으며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이후 초연을 다듬어 '고궁뮤지컬'이라는 형태로 다시 만들어진 <대장금> 시즌 2는 주인공 장금이와 시대배경을 제외하곤 모든 것을 완전히 바꿨다. 그 결과 뮤지컬 <대장금>은 한층 좋은 반응과 함께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의 영예도 함께 얻었다. 하지만 초연 때의 이미지가 이미 관객에게 뿌리깊게 박힌 뮤지컬 <대장금>의 인기는 드라마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뮤지컬 <대장금>의 사례는 인기 드라마 원작이 뮤지컬 각색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 된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관객은 드라마만큼의 재미는 물론이고 뮤지컬로서의 새로운 즐거움도 '당연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내용의 익숙함과 장르적 참신함이 이상적으로 배합되어야 '시청자-관객'을 만족시킨다.

  • 뮤지컬 '선덕여왕'
<대장금>을 반면교사로 삼은 덕분일까. 지난 6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개된 뮤지컬 <선덕여왕>은 드라마에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적절히' 새롭게 재현했다. 시행착오는 한 번이면 족하다는 듯, 뮤지컬 <선덕여왕>은 드라마의 모든 것을 담기보다는 주요 장면을 선별해 뮤지컬적 양념을 더해 관객의 입맛을 자극했다.

시작부터 시각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와이어에 매달린 문노가 천장에서 내려와 극의 시작을 알리는 1막의 오프닝 독창은 마치 <느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의 솔로를 연상시킨다. 이 프롤로그는 사극에 기대고 있으면서도 현대를 지향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문노 뒤로 미끄러지듯이 등장하는 LED-TV 첨성대는 바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연상시킨다. 화면 안에는 화랑이 탄생되는 과정이 유전자에서 소년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빛의 유전자'라는 오프닝의 소제를 납득하게 한다. 신라인들이 첨성대를 보는 것과 현대 관객이 LED 모니터를 보는 것이 비슷한 맥락이라는 김승환 연출의 독특한 해석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은 선덕여왕이고 이야기의 뼈대도 덕만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 드라마의 원투 펀치는 역시 미실과 비담이다. 일본의 극단 사계 출신으로 잘 알려진 차지연과 강태을이 각각 미실과 비담을 맡아 뮤지컬 버전 중흥의 무거운 짐을 나눠 맡았다. 1막의 저잣거리 장면에 등장하는 강태을의 비담은 김남길의 비담처럼 스타성을 발휘한다. 사극 뮤지컬에서 시도되는 오페라의 레시타티브(대사를 노래하듯 처리하는 기법)와 락 음악은 새로운 비담을 만나게 되는 시간이다.

전통극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현대적이며 미래적이기까지 한 뮤지컬 <선덕여왕>의 특색은 제작팀이 기획 단계부터 세운 원칙의 결과다. 이번 작업을 총기획한 MBC의 최종미 프로듀서는 "첫째,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감각으로 '한국의 것'을 발전시키고, 둘째, 100년 후에도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예술적 기법을 바탕으로 하며, 셋째,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힌다. 초연이지라 아직은 조금 삐걱대긴 해도, 원작 드라마의 충실한 재현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려는 이들의 시도가 고무적인 이유다.

이런 원칙은 특히 의상과 무대장치에서 두드러진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이 제작한 퓨전 스타일의 신라 의상들은 전통미가 묻어나면서도 현대의 냄새도 맡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꾸며진 점이 돋보인다. 무대장치는 덕만이 화랑에서 공주로 변하는 개기일식 장면이 인상적이다. 대개 뒷 배경으로 조그맣게 처리되는 여느 공연의 해나 달과 달리 무대 뒤 거의 전면을 가득 메운 거대한 태양의 아우라는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모든 외적인 면들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은 결국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스 사이공>의 킴 역을 맡아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해온 이소정과 사계 3인방인 차지연, 강태을, 이기동, 그리고 국내파 성기윤, 유나영, 이상현 등이 발휘하는 출중한 노래 실력은 비극적인 드라마의 위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OST '달을 가리운 해'를 부르기도 했던 이소정은 "녹음할 때 이 곡을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이 작품과의 인연을 밝히며 자신의 배역에 애착을 나타냈다.

이제까지 우리 역사 속 인물을 가지고 만든 창작 뮤지컬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은 <명성황후>였다. <명성황후>는 국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세계무대에도 도전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화려한 무대미술과 매력적인 음악과 노래, 그리고 국적 불문하고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장면들이 세계 공통의 취향에 부합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 기반한 시선은 역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고, 올해 좋은 반응을 얻은 <영웅> 역시 이런 한계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런 면에서 뮤지컬 <선덕여왕>은 <대장금>과 <명성황후>가 거친 실수와 한계에서 비교적 잘 벗어나 있다. 다만 실험이라는 성격이 강한 몇몇 시도들의 생경함과 아직 매끄럽게 다듬어지지 않은 장면 전환상의 문제들은 수정,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대장금> 시즌 2와 <명성황후>의 성공비결은, 결국 버릴 것을 과감히 쳐내며 고쳐온 적극적인 업그레이드에 있다. 그래서 뮤지컬 <선덕여왕>이 지향할 지점은 '제2의 <대장금>'이나 '포스트 <명성황후>'가 아니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선덕여왕>의 모습을 찾으며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초연 버전의 우선 과제로 보인다.

▶ 고현정보다 쭉쭉빵빵! 172㎝ 환상몸매 또다른 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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