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한방화장품 이어 선풍적 인기… 신제품 경쟁 가속화

발효화장품 -숨37
자연주의 열풍 속에서 유기농과 한방화장품에 이어 발효화장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숨 37'이 출시 2년 만에 연매출 500억 원대를 기록하는 등 발효화장품 매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미애부와 LG생활건강, 소망화장품, 아이피어리스, 더페이스샵 등이 속속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한 관계자는 "향후 화장품 사업의 성장동력을 '발효화장품'으로 본다"고 밝혔다. 화장품계의 화두로 떠오른 발효화장품의 세계를 살펴본다.

요구르트를 바른다? 발효화장품이란

발효화장품의 열풍은 유기농이나 한방화장품과 차별화되는 나름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발효화장품은 김치나 된장, 요구르트, 와인을 만들기 위한 발효기술을 화장품 제조에 접목해 만든 제품이다.

예로부터 술을 빚는 사람들의 손이 아기처럼 곱다는 말이 다 이유가 있었다. 발효과정에서 생긴 발효 미생물들은 항균작용이 뛰어나 방부제 등의 화학성분 사용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발효화장품을 사용하면 자극이 거의 없다.

또, 우유, 채소, 한방성분 등 각종 화장품의 원료들은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효능성분이 배가된다. 실험결과, 발효원료는 기존의 효소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수십 배의 효능·효과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발효물질이 피부대사를 촉진시켜 피부결을 탄력 있고, 매끄럽게 가꿔주는 효과가 있다. 발효화장품 중에 미백화장품, 아토피개선, 여드름치료, 주름개선 등 기능성 제품이 많은 이유다.

뿐만 아니라, 발효 산물들은 분자입자가 작아져 피부흡수가 잘 된다. 즉, 발효성분이 진피층까지 흡수돼 피부 속 독성은 물론 노폐물을 분해해 배출시킨다.

숨 37 발효과정
발효공법 적용한 제품 속속 출시

이처럼 다양한 장점 때문에 발효화장품을 찾는 손길은 계속 늘고 있고, 관련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는 발효공법을 적용해 고성능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발효화장품을 시작한 미애부는 최근 목욕용품을 출시하면서 발효화장품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향후 헤어제품과 특수케어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피부세포가 필요로 하는 6대 영양소가 들어있는 곡류, 과일, 채소를 발효의 원료로 사용하고 화장품의 80%를 차지하는 물도 발효수를 사용했다.

또, 각기 다른 원료의 특성에 맞는 다중발효공법으로 균주가 생장하기에 적합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 천연원료 영양분이 잘 흡수되도록 하는 등 발효화장품 기술을 향상시켰다.

발효화장품 '숨 시크릿 나이트 트리트먼트'
LG생활건강의 '숨37'은 발효연구로 유명한 일본 오타카 연구소가 약 80년간 연구해온 발효기법을 적용했다. 우선, 청정식물 50여가지는 7일 동안 이 연구소의 삼나무통에서 살아 있는 원액으로 추출시킨다. 걸러진 원액은 37도의 온도인 저장고로 다시 옮겨져 3년 동안 수십 번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새로운 물질 '자이엔'과 '자이엔 감마'가 항산화와 피부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숨37은 피부재생 라인과 클렌징 라인, 피부투명 라인, 바디제품 그리고 스페셜 트리트먼트 라인 등을 생산한다.

스킨푸드의 관계사 아이피어리스의 '아름다운 술 달 daal' 은 술의 발효에 사용되는 누룩과 효모를 발효화장품에 접목시켰다. 이밖에 인삼, 당귀, 오미자, 라즈베리 등 4가지 성분 추출물 등 천연 유산균 발효를 통해 얻은 성분을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코리아나는 얼마 전 클렌징 라인을 선보였다. 국내산 녹두를 36.9도에서 발효시켜 녹두가 가진 본래의 효능을 배가시키고, 항염, 항노와, 항스트레스 효과를 더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코리아나는 전부터 녹두를 활용한 제품라인을 출시해왔지만,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발효공법을 적용한 것이 이번 클렌징 라인의 특징이다.

더페이스샵은 전통적인 음양발효 기술을 적용한 한방발효 화장품 '명한 미인도 미백 부분 크림'을 선보였다. 또 스킨푸드는 옹기속에 24개월 동안 발효시킨 쑥 성분을 넣은 '쑥 발효 리치 바디라인'을 출시했다.

발효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발효화장품이라고 모두 안전하고, 효과가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니다. 우선, 발효화장품은 천연발효냐에 인공발효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진다.

천연발효는 순전히 효소의 촉매작용으로 진행돼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만을 만드는데 반해 인공발효는 효소를 화학적 합성으로 제조해 발효시킨 것이기 때문에 천연발효과정을 거쳐 제조한 제품처럼 영양이 풍부하지 않을 수 있고, 피부자극이 있을 수도 있다.

발효화장품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도 아니다. 단순히 발효물질인 효모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해서 사는 것 보다는 효모 이외의 성분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브랜드마다 효모 이외에 어떤 성분을 추가했느냐에 따라 피부탄력이나 투명성 제고, 미백기능 등 주기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발효화장품은 피부노화를 개선하는 기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토피 피부염이 있거나 건조한 피부를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 젊은 층에서 굳이 비싼 값을 주고 사용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발효화장품은 제조과정이 까다롭고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와 축적된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기에 편승해 일부 업체들이 원산지와 성분이 불분명한 제품을 유통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