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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또 하나의 여성 성공신화?

新남사당 테크-판타지쇼 '바우덕이'
김연아 롤모델, 새 형식과 무대기술로 현대화·세계화 나서
'안성' 하면 떠오르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안성맞춤과 안성탕면, 그리고 남사당놀이다. 앞의 두 가지는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것이지만, 남사당놀이는 안성시민이 아닌 이상 가까이서 접하긴 어렵다.

남사당패가 시작된 곳이자 전국남사당패의 중심이었던 안성시는 남사당 문화를 세계적인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매년 '안성 남사당 바우덕이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사당놀이의 인기는 여전히 인근 도시들의 경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단지 지리적 거리감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 <왕의 남자>를 통해 잠깐 익숙해지긴 했지만, 남사당은 여전히 멀고 낯설게 느껴진다. 이는 비단 남사당뿐만 아니라 모든 전통문화가 겪는 고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비슷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현대 관객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남사당'이 그 열쇠다. 지금 제작되고 있는 '新남사당 테크판타지쇼' <바우덕이>는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바우덕이'라는 인물의 가능성

'新남사당', '테크-판타지쇼(Tech-Fantasy Show)', '바우덕이'라는, 새롭지만 낯선 이름들의 결합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바우덕이'다. 안성시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바우덕이의 매력은 예전부터 여러 장르에서 그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안성시는 이번 공연화 소식에 앞서 지난해 이미 드라마화 계획을 밝히고 이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바우덕이 풍물단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바우덕이를 <대장금>처럼 관광붐까지 일으킬 수 있는 한류 콘텐츠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것은 현대 관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바우덕이' 캐릭터의 잠재력을 말해준다.

<명성황후>와 <여인천하>의 등장 이후 여걸들의 쟁패기는 사극과 현대극을 가리지 않고 가모장 시대의 도래를 이끌고 있다. 특히 사극에서의 여성 성공 스토리는 시대의 성별 한계를 초월하는 것이어서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준다. <대장금>은 그 정점을 찍은 드라마였고, 그 대의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선덕여왕>은 드라마와 뮤지컬로 종횡무진 활용되고 있다.

이들 여걸들의 특징은 현대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도전정신과 여자라는 성별에 갇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현모양처나 반상의 법도 같은 구시대의 전형에서 자유롭지 못한 캐릭터들은 현대 대중에게 더 이상 어필하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바우덕이라는 인물은 장금이처럼 현대적으로 변주되기에 안성맞춤이다. 조선 후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남사당패 꼭두쇠(우두머리)의 자리에 올랐던 바우덕이는 대원군에게 옥관자(정3품)를 수여받을 정도로 넘치는 끼와 능력을 겸비했던 최초의 연예인이자 최고의 CEO였다.

이번 <바우덕이>에서 현대화된 바우덕이의 롤 모델은 김연아다. 한 공연 관계자는 "스무 살도 안 된 어린 나이에 출중한 예술적 재능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모든 이들을 화합시키는 점에서 바우덕이와 김연아는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자신의 재능만으로 여성으로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 점도 바우덕이가 '조선시대판 김연아'라는 설명이다.

노비보다 더 천한 신분으로 취급받았던 남사당패와 남사당놀이가 바우덕이의 이런 재능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예술로 끌어올려진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풍부한 극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남사당놀이의 현대화, 그 첫걸음

어떻게 변형되건, 남사당놀이 공연의 성공 여부는 우선적으로 화려하고 내실 있는 공연물에 익숙해진 눈높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데 있다. 안성에서는 동급 최강의 흡입력을 자랑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대중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남사당놀이 자체에 대한 이해가 안 된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본래 남사당놀이는 풍물(풍물놀이), 버나(접시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 덜비(꼭두각시 놀음) 등 총 여섯 마당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놀이는 풍물놀이에 사용되는 악기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여섯 마당의 틀을 없앴다. 기존의 남사당놀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고 흥미롭게 공연을 볼 수 있게 하려는 대중화 전략의 한 포석이다.

하지만 이런 남사당놀이 본래의 특징만으로는 현대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新남사당', '테크-판타지쇼'라는 신조어에는 남사당놀이의 기존의 형식 대신 새로운 형식과 무대기술로 현대화와 세계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석이 담겨 있다.

넌버벌 퍼포먼스이지만 <바우덕이>에도 기본적인 서사가 있다. 바로 바우덕이의 도전과 성공 스토리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을 일으키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화합과 상생을 이끄는 한 여성의 리더십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연의 배경도 현대로 끌어왔다. 전통팀과 현대팀의 양대 축이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과 충돌을 일으킨다. 두 팀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주축이 되는 것은 결국 바우덕이의 몫이 된다. 이런 설정은 언뜻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클럽에서나 나올 법한 힙합 음악이나 비보이 동작들이 남사당놀이의 전통 춤사위와 어우러지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번 공연의 제작을 맡은 바우덕이&컴퍼니의 최은지 홍보팀장은 "<바우덕이>는 옛 것의 현대적 재해석에 중점을 두고 현대무용가 안애순이 예술감독을, DJ soulscape로 활동 중인 박민준이 음악감독을 맡아 춤사위와 음악을 새롭게 재창조했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전통을 추구함으로써 젊은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시도인 셈이다.

국악이 현대적 색채를 가미해 퓨전국악으로 관객과 만나듯, 남사당놀이도 이제 새로운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테크-판타지쇼'에 관한 부분은 아직 드러난 부분이 많지 않다. 바우덕이를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오디션도 지난 연말에 마쳐 이번 달부터 연습에 들어간다. 과연 <바우덕이>는 <대장금>이 보여줬던 그 여성 성공 신화를 또 한 번 쓸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오는 5월 안성시의 '안성맞춤랜드' 내 전용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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