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오닐
2년에 걸친, 서울시향의 '말러 시리즈' 대장정이 시작된다. 성시연 부지휘자가 말러의 아홉 번째 작품 <대지의 노래>로 서막을 연다.

베토벤이나 슈베르트, 브루크너가 모두 '9'라는 숫자를 넘기지 못한 데서 말러는 죽음의 그림자를 감지하며 작품 번호에 숫자 '9'를 붙이기 꺼렸다. 늘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그 유명한 프로이트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말러. 결국 10번의 미완성 교향곡을 남기고 떠난 그는 아홉 번째 작품에 <대지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말러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중국의 이백, 맹호연 등의 시를 번역(번안)한 독일어 가사에 곡을 붙인 것으로, 한시에서 전해지는 허무적인 세계관에 감명을 받아 작곡한 작품이다. 교향곡에서 확장된, 관현악 가곡으로 분류되는 작품은 오케스트라를 반주로 하여 테너와 알토가 모두 6곡의 작품을 3곡씩 번갈아 부르는 형식이다.

소위 '영웅적인 역할'을 소화하는 테너를 하는 '헬덴 테너'로 이 무대에 선다. BBC 스코티시 심포니와 <대지의 노래>를 부른 바 있는 그는, 이번 1월 초에 산타 체칠리아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와 <대지의 노래>를 공연한 후 서울시향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메조 소프라노 예카테리나 구바노바도 파리, 모스크바, 더블린 등에서 <대지의 노래>를 부르며 깊은 감명을 선사한 바 있다. 말러의 작품 외에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도 함께 연주된다. 2월 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T. 02-3700-630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