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 상공회의소, 해외 문화원…한불상공회의소 갈라 디너쇼, 독일문화원 와인 아트 전시 등 마련

한불상공회의소의 갈라 디너 리셉션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와 해외 문화원들의 한국 문화 접속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국내에 상주하고 있는 외국 상공회의소나 문화원들이 기본적으로 벌이는 주 업무는 아무래도 자국 기업 상품과 문화의 한국 내 전파와 판매이다. 그런데 이들 해외 기관이 요즈음 한국문화를 자국인들에게 알리는 데도 적극 나서고, 또 양국 문화를 결합시키려는 노력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계 기업인들과 프랑스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인들의 단체인 한불상공회의소(FKCCI)는 최근 '도빌, 남과 여'를 테마로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 갈라 디너는 FKCCI가 한국과 프랑스 간 비즈니스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마련하는 성대한 사교 행사이다.

이 행사의 테마가 된 도빌은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위치한 휴양지이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을 개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도빌의 필름 페스티벌은 한국 영화와 박찬욱, 김기덕, 이창동 등의 감독을 대중에 소개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행사 테마의 두 번째 마디 '남과 여'는 프랑스의 거장 클로드 를로슈 감독이 만든 영화의 이름 그대로다. 국내에서도 개봉돼 지금 중년의 영화 팬들에게는 커다란 인상을 남긴 명작이다.

영화 '남과 여'는 도빌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프랑스인들의 갈라 디너에 이 영화가 선택된 것은 한국인들에게 가깝게 다가서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작사가 겸 작곡가 크리스티앙 고베르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그의 아내 카린 미셸이 를로슈 감독이 만든 영화 '남과 여'의 테마곡 '샤바다바다, 샤바다바다…'의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갈라 디너 '도빌, 남과 여'는 한국에서 열린 프랑스의 아시아 영화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록 장소는 서울이지만 도빌에서 열리는 영화제처럼 행사를 꾸몄고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다만 한국 영화가 아닌 프랑스 영화라는 점만이 차이. .

이를 위해 를로슈 감독은 기꺼이 한국을 찾았다. 더불어 그와 동행한 사람은 작사가 겸 작곡가 크리스티앙 고베르와 그의 아내 카린 미셸. 영화 '러브 스토리' 등의 작품을 작업한 고베르는 를로슈 감독과 오랜 기간 영화를 통해 함께 작업해 오고 있다. 행사 게스트들은 고베르가 직접 연주하는 영화 '남과 여'의 테마곡 '샤바다바다, 샤바다바다…'의 선율을 들으며 고전영화를 다시 느낄 기회를 가졌다.

종전 같으면 그냥 프랑스인들만의 '집안 잔치'적 성격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행사이다. 하지만 행사 자체를 뛰어 넘어 문화 코드가 핵심으로 도입됐고, 특히 한국과 프랑스 문화 요소의 공통 분모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준 필립 한불상공회의소 회장은 "갈라 디너는 프랑스의 본질을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데 가교 역할을 하는 특별한 행사"라며 "최고의 휴양지 도빌을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영화 '남과 여'를 통해 집중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둔 이번 시도는 지금까지의 갈라 디너 중에서 당연히 최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를 위해 필립 오지에 도빌 시장이 방한한 것도 각별하다. 오지에 시장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앞서 아시아에서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곳"이라고 힘줘 말했다. 파리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세계적 수준의 관광지로 명성 높은 도빌은 카지노와 골프, 경마 등으로도 유명하다.

부대행사인 음악회에서 독일가곡을 연주하는 예원학교 학생들(사진제공=주한독일문화원)
프랑스 바로 옆 나라인 독일 또한 한국에서 다양한 문화적 시도들도 벌이고 있다. 최근 특히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예술가들 간의 교환 아트 프로그램. 단순히 각 나라의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찾는 수준을 벗어나 예술가들끼리 만나고 함께 작업도 벌이는 단계로 진화시키고 있다. 여러 다양한 문화 공간에서 상대 국가의 예술가들과 조우하고 교류하는 기회와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올 4~월에는 서울 역삼1문화센터와 충주의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서 국내 작가 조현주 김미현씨가 라이너 히스, 팀히프먼 등 독일 작가들과 함께 'Wine art in Germany & Korea'라는 주제의 전시회를 갖는다. 그림, 사진, 오브제, 디자인 등 다양한 아트 작품을 전시하는 이 행사는 국내 최초의 와인 아트 국제교류전시회란 의미도 갖는다.

주한독일문화원은 또한 최근 독일어의 해 개막행사를 성대히 개최하면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독일어에 대한 대규모 세미나를 열고 한국 학생들이 독일 가곡을 연주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잉고 쇠닝 독일문화원 어학부장 겸 부원장은 '독일어 변질양상 비판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으로 축하 강연을 했고, 서울대 국악과 교수이자 통영국제음악제 운영위원인 김승근 교수는 '나의 잊을 수 없는 독일어'를 주제로 에세이 무대를 열었다. 독일어를 매개로 한 양국 간 교류의 장이다.

맹완호 독일문화원 문화협력관장은 "예전 같으면 그냥 보여만 주고 자리만 펴는 형식의 문화 행사들이 많았겠지만 요즘 들어서는 예술과 문화적 요소를 서로 결합시키고, 그리고 사람까지 서로 만나 커뮤니케이션하는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최근 추세를 전했다.

왼쪽부터 필립 오지에 도빌 시장, 이준 필립 한불상공회의소 회장, 클로드 를로슈 감독, 카린 미셸, 맨 오른쪽은 작사가 겸 작곡가 크리스티앙 고베르


글·사진=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