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미술] 때로는 소품으로, 때로는 주요 수단으로 시청자 관심 유발

tv-그림을 말하다 전시회 포스터
TV 드라마와 미술이 만났다. 자칫 무미건조해질 수 있는 TV 화면에 현대미술이 자리잡으면서 시각적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정적인 미술이 TV 드라마를 통해 좀더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장르의 조합은 드라마적 가상과 미술적 현실이 부합하면서 매력적인 하모니를 이룬다.

TV, 그림을 말하다

scene 1> 박 여사의 세미 클래식한 분위기의 집 안에는 장민숙 작가의 '산책'과 오팔수의 '유기적 풍경' 등이 배치돼 현대적 느낌의 집안 이미지를 살렸다.

scene 2> 민 회장의 거실에는 김중식 작가의 '이중주의 하모니'와 유영숙 작가의 '화접도', 김시혜 작가의 '어룡도'가 벽에 걸려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정애리 작가의 '다크니스 이즈 히든'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에 등장하는 미술작품
scene 3> 서현과 상우의 신혼방에는 오팔수의 '유기적 풍경'과 왕열의 '신무릉도원도'를 집중 배치해 미래에 대한 상징적 희망을 전달한다.

일주일 동안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전파를 타는 드라마만 20여 편이다. 평일 미니시리즈와 일일극, 주말극, 아침극, 시트콤 등 대중은 쉴 새 없이 TV 드라마를 접한다.

매일 드라마를 보면서 어디에서 많이 본 것 같은 미술 작품들이 때로는 소품처럼, 때로는 주요한 수단으로 드라마 속에서 자리한다. 최근 SBS <아내가 돌아왔다>에는 국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13인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토포하우스는 17일부터 내달 16일까지 'TV-그림을 말하다, 방송드라마에 들어간 화가들 전(展)'을 진행한다. 특히 <아내가 돌아왔다>에 소개된 왕열, 윤인수, 김중식, 김정희, 강희정, 정애리, 심영신, 오팔수, 유영숙, 김시혜, 김은옥, 김상수, 장민숙 등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화면 밖으로 전시해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이 같은 시도는 지난 2007년에도 전개된 적이 있다. 당시 방영됐던 SBS <미워도 좋아>와 SBS <그 여자가 무서워> 속에서 소개된 기옥란, 나유미, 이승대, 이여운, 황희진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대중에게 편안함과 친숙함으로 다가갔다.

장민숙 작가의 '휴식'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에 등장하는 미술작품
'TV-그림을 말하다'의 왕진오 전시기획자는 "드라마를 접하는 대중이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고 인식되어온 미술 작품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며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대중적으로 관심을 받는 미술 작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먼저 대중에게 다가가는 능동적인 모습으로 모든 계층이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전시된 미술 작품

전세계적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는 미술 작품과 미술관이 매 회 등장할 정도로 친숙하다. 이 드라마의 극중 인물인 샬롯이 갤러리 큐레이터로 활약하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와 달리 미국의 정서에 미술이라는 장르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섹스 앤 더 시티>에는 뉴욕의 대표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 모마(MOMA) 등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세련되게 그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섹시 앤 더 시티>에는 모네의 <수련>,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마티스의 <춤> 등 고전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도 소개돼 주로 성적으로 솔직하고 대담한 뉴욕 여성들의 생활 속에 진지하고 지적인 미술이 만나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해 했다.

왕열 작가의 '신무릉도원' 드라마 <아내가 돌아왔다>에 등장하는 미술작품
미술 작품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있었다. MBC <옥션하우스>는 경매회사를 배경으로 예술작품을 거래하는 경매 전문인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옥션하우스>는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사이트 포털아트의 협찬으로 진품인 미술품을 TV를 통해 방영했다. <옥션하우스>를 통해 소개된 작가의 작품만 30편 이상이다.

원로화가 장두건, 최예태, 추연근 화백을 비롯해 김영일, 김길상, 김석중, 김순겸, 손문익, 신동권, 송석인, 이인재, 오현철 등 중견화백과 신진 유망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KBS <그저 바라보다가>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을 배경으로 한국일보가 주최한 '행복을 그린 화가 르누아르 전(展)'이 소개됐다. <그저 바라보다가>의 주인공 김아중과 황정민이 르누아르의 '시골무도회'를 감상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또한 MBC <춘자네 경사났네>와 <에덴의 동쪽>에는 세밀한 꽃의 묘사가 돋보이는 황제성 화백의 작품이 소개돼 잔잔한 미를 안방극장에 전했다.

왕진오 전시기획자는 "방송 드라마에 들어간 작품들은 극의 연결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이를 관람하는 시청자에게는 극의 연결과 대사 그리고 분위기를 함께 완성시켜주는 새로운 풍경 이미지로서 전체적인 화면의 완성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누아르 전- 김아중, 황정민 드라마 촬영(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sbs '아내가 돌아왔다' 속 미술작품
mbc '옥션하우스'

강은영 기자 kis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