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녕호 展] 생명 머금은 자연 담은 새로운 봄의 메시지 전달

'Nature and Space'
중견 작가 권녕호 화백은 매년 이맘때면 분주해진다. 봄의 전령 같은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넘치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권 작가의 작품은 새로운 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비타민스테이션에 새로 만들어진 <갤러리 7> 초대전에서다.

봄날에 피어나는 씨앗과 같은 문양을 중심으로 생명을 머금은 자연을 담아 온 권 작가 특유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은 이번 전시에도 도드라진다. 우리의 정서와 현대적 미감이 깊고 세련되게 녹아있는 작품은 권 작가의 오랜 구력에 기인한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나와 2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작가와 교수로 활동한 권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를 서구적 표현양식을 빌어 재구성하는 작품으로 파리 화단에 우리 미술의 경쟁력을 심어주었다.

그의 작품에서 한국적 전통은 따뜻하고 정감있는 색, 그리고 여유있는 여백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나 우리의 정서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감각에 대한 높은 미의식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자연이나 전통적 아름다움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의 화면은 응결된, 또는 압축된 자연 이미지를 보여준다. 거기에 미술 고유의 형식미를 결합시킨다.

권 작가의 화면에는 자연의 잉태물을 연상시키는 요소들, 예컨대 식물의 줄기와 잎사귀 모양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생명을 상징하는 씨앗의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그의 작품이 마치 자연의 생명체가 태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다. 여기에 기호와 색채의 적절한 안배는 자연적인 것과 구조적인 것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회화의 특성인 붓과 채색의 용법이 새삼 눈길을 끈다. 특히 안료의 드러남과 감춤의 반복을 통해 독특한 마티에르를 가진 화면으로 이끌어낸 점이다.

수평과 수직이라는 화면 분할법도 특징적이다. 그의 선은 경계 구분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면과 면, 색과 색을 이어주며 통합된 화면으로 이끈다.

이번 전시는 권 작가 회화의 고유한 맛을 더욱 확장한 모습이다. 치밀하지만 부드러운 화면 구성력, 그리고 이전 작품에 비해 두드러진 간결함은 회화의 품격을 생각하게 한다. 봄을 앞당겨 줄 이번 전시는 이달 28일까지 이어진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