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주 展붓 대신 나이프 사용 인생의 굴곡 가다듬듯 작품에 다가가

''. 3월, 강인주 화백이 들고 온 봄의 전령이다.

그가 전하는 '소리'는 여느 그것과 달리 깊고 그윽하다. 일상 자연에서 이는, 눈에 먼저 보이는, 그저 스쳐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먼저 다가오고 느껴지는 소리다.

대지의 자연이 전하는, 생기있고 온전한 소리를 강 화백은 오롯이 담아낸다. 그 소리는 귓가로 다가왔다 순간 날아가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와 따스한 온기로 머물다 충만한 힘을 뿜어낸다.

겨울 매서운 바람으로 굳어진 땅을 ?고 일어서는, 가녀린 나뭇가지에 꽃잎을 틔우는 그런 생명력이 화폭 가득하다.

강 화백이 전하는 '자연'은 사실 그의 삶과 유사하다. 낙동강 줄기, 아름다운 산자락에 삶과 화업의 터전을 마련한 그는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화폭에 옮겨서 삶을 얘기한다.

Love
자연을 대하는 그의 시선은 따뜻하고 촉수는 예민하다. 대지에 그냥 서있는 나무와 늘상 오가는 바람은 그를 빗겨갈 뿐이다. 그는 세월을 머금은 고목이나 외진 곳에 있는듯 없는듯 피어있는 들꽃과 같은 것에 시선을 둔다.

다양한 꽃 그림을 조합한 작품 'LOVE'에 대한 그의 말. "이른 봄 높은 산에 오르다가 양지바른 언덕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하늘을 보다가 옆으로 눈을 돌리자, 붉은 조그만 야생화가 '왜 이제 왔는냐, 나는 당신을 위해 오랜 세월 추위에 견디며 기다렸는데…. 이제사 왔느냐'는 야생화의 말에 미안함과 감동으로 캔버스에 그를 형상화했다."

그의 작업 방식은 자연(삶)이 지닌 의미를 더 넓고 깊게 전한다. 그는 붓 대신 나이프를 사용한다. "높은 산에 올라 문득 바라본 나뭇가지에 쏟아진 빛의 선, 한겨울 억새풀에 낀 성에, 가로등에 떨어진 비의 선 등에서 전율같은 감동을 느꼈죠. 본질에 다가가는데 나이프가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나이프는 붓보다 정교하고 섬세하다. 독특하면서 자연스런 질감이 두드러진다. 중첩된 마티에르에선 물성과 삶의 깊이가 더 배어난다. 그는 날카로운 나이프로 삶의 굴곡을 가다듬듯 작품에 다가간다.

"캔버스와 나이프 , 나이프는 나의 운명이었고, 캔버스는 나의 사랑이며,
나이프와 캔버스는 나의 눈물과 삶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The Sounds
그가 담아낸 '자연'은 삶의 심연에서 건저낸 것이기에 사물과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자연'을 주제로 고집스런 외길을 걸어온 그는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에서도 오랜 인고 뒤에 나온 숙성된 감성의 깊은 맛을 전해준다. 자연과 삶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전시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9일까지 이어진다. 02)733-4448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