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바삐 사는 현대인들에게 느린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소슬하고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우리 곁에서 호흡하며 같이 살아가지만 너무 흔해 그 존재를 잊고 사는 세계에 주목한다.
그 중 하나쯤 없어진들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을 없을 것 같은 존재들이지만, 그 소소하고 미미한 존재들 또한 그 나름의 사명과 소명으로 우주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으며, 우주도 이 작은 존재들이 있으므로 존재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콩이나 팥, 호두, 들풀, 벼, 잠자리 따위의 작고 사소한 생명들이 화폭의 어느 한 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장식적인 화려함을 배제한 채 그저 담담하게 사물들을 표현하는 그의 화면에서는 여백 자체가 적막하고 쓸쓸한 감성을 드러내며, 작가는 그리지 않음을 통해 그려진 것 이외의 것을, 보이는 것 너머의 또 다른 감성을 표출해낸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