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개인전붓 대신 손가락과 손바닥 이용 '꽃'의 본질적 아름다움 표현

'Wish', 2010
이진희 작가의 꽃은 아름답다. 예뻐서라기보다 '꽃답기' 때문이다. 화폭의 꽃은 여리지만 자연을 온전히 품고 그것을 드러내는 힘이 있다.

꽃은 늘 피고, 진다. 사람의 생(生)도 그러하다. 생명체에 시간의 길고 짧음이 있지만 '유한하다'는 본질에선 다를 게 없다.

그 유한성은 역설적으로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고 긴장을 유지시킨다. 그렇게 세상에 나고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그런데 이 평범한 진리는 자주 잊혀지거나 때론 외면된다. 김춘수의 '꽃'이 아름다운 순간이 드문 이유다.

지난 10일 첫 개인전에 선보인 이진희의 연꽃은 그런 '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자연의 생명력을 듬뿍 전하면서 자기정화의 미덕을 갖춘.

작품 'Serence world(고요한 세계)', 'Weightless weight(무게 없는 무게)' wish(염원, 오늘도 잘 부탁해)' 등 선(禪)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자연=꽃' 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연꽃에서 종교적 연상을 떠올릴 수 있으나 작가는 연꽃이 갖는 일반적인 꽃의 속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Consolation', 2010
작가는 줄곧 꽃을 소재로 작업을 해왔다. 한국화를 전공한 그는 대학(서울대 동양화과)에서주로 꽃을 그렸고, 미국 유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할 때도 꽃을 자주 다뤘다.

"국내에서나 미국 유학에서도 꽃을 자주 접했는데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의 생명력은 놀라운 감동과 함께 어려울 때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겸손하게 만들어요. 그러다보니 꽃관련 작품이 많습니다."

그의 꽃은 특이하게 붓이 아닌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작품의 재료들을 보다 감각적으로 느껴가면서 화면에 적용시키는 것이다. 과거 중국과 한국의 회화에서 사용하던 지두화법(指頭畵法)이라는 기법을 응용한 것으로 전통적 재료와 새로운 재료의 융화와 회화적 표현의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그릴 때부터 붓 대신 손가락과 손바닥에 먹물을 묻혀 작업을 했다.

"손으로 작업하면 꽃을 어루만지듯 하게 되요. 마음으로 그린다고 할까요. 저 자신이 정화되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은 단순화한 가운데 부드럽고 따뜻하며 정적이다. 꽃이 전하는 생명력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대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낄만큼 호소력을 갖추고 있다. 구상과 추상의 영역을 넘나들며 동서양의 대표적인 표현 매체의 융합을 보여주는 점도 주목된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작가 나름의 관람객과의 소통방식인지 모른다.

'Round dance', 2010
이진희 작가의 향후 진면목을 지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에서 10일까지 계속된다. (02)734-755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