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댄스>, <포에버 탱고>, <번 더 플로어> 3色열전

리버댄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춤을 추는 댄서는 누구일까.

또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댄서는? 두 문제의 답은 한 작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바로 <리버 댄스>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스타제조기 역할을 하듯 블록버스터 댄스 역시 스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예술춤과 대중춤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춤은 결국 외면당하고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최근 세계적 명성에 빛나는 <>의 첫 내한공연을 비롯해 다시 한국을 찾은 <>와 <>에 쏠리는 높은 관심은 춤에 대한 대중의 취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수많은 기록과 전설, 신화의 집대성

번 더 플로어
<로드 오브 더 댄스>, <스피릿 오브 더 댄스>, <갤포스 댄스> 등 유명한 아이리시 댄스 공연들의 뿌리에는 공통적으로 <리버 댄스>가 있다. 1994년 4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열린 유로비전 콘테스트의 중간 휴식 시간을 활용해 단 7분간의 공연으로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것이 <리버 댄스>의 시작이다. 이듬해 더블린 초연에서 5주 동안 12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성공을 거둔 <리버 댄스>는 15년간 전 세계의 300개 이상의 공연장에서 2천2백 만 관객을 동원하며 10,000회가 넘는 공연을 계속해왔다.

불어나는 공연과 관객수에 걸맞게 각종 기록과 신화들이 양산된 것도 이즈음이다. 초연 멤버인 마이클 플래틀리가 1998년에 초당 35회의 스텝을 기록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댄서로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 당시 플래틀리는 <로드 오브 더 댄스>의 주역으로 활동하며 1999년에 주당 160만 달러(약 17억 원)의 급여를 받아 세계 최고의 몸값을 자랑했다. 이후 40회의 스텝을 기록한 마이클 도넬런이 '제왕'의 자리를 계승했지만, 최근에는 <리버 댄스>의 거의 모든 댄서들이 초당 40회의 스텝을 해내고 있어 관객들의 눈은 더 즐겁게 됐다.

총 2막 13장으로 이뤄진 공연에서 클라이막스는 각 막의 끝 부분이다. 1막의 마지막 장에서는 등장하는 첫 번째 '리버 댄스'는 상체를 반듯이 붙이고 발놀림만으로 추는 예의 독특한 아이리시 스텝 댄스로 관객을 열광시킨다. 2막에서는 미국으로 건너간 아일랜드 이민자의 역사를 담으며 미국 흑인들의 탭댄스와의 춤 대결을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최종적으로 그려지는 장면은 <리버 댄스>가 의미하는 바를 그대로 보여준다. 리버 댄스의 춤과 음악에 탭댄스와 플라멩코, 러시아 민속춤 등이 어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아일랜드에서 출발한 춤이 세계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다시 새로운 전통을 구축하는 문화인류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때문에 관객은 여기서 자연스럽게 춤을 통해 문화적 변천의 과정을 이해하고 즐기게 된다.

춤과 음악에 로맨스와 애환을 담아

포에버 탱고
문외한들에게조차 탱고는 춤과 음악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유일한 장르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엔워가 추는 그 유명한 탱고 장면을 떠올리면 환청처럼 'Por Una Cabeza(포르 우나 카베챠)'도 동시에 귓가에 아른거린다. 20세기 초 '탱고의 신'으로 불렸던 카를로스 가르델의 마력 덕분이다.

현재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한 해의 거의 모든 스케줄을 북미와 유럽 투어로 채워갈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라틴 댄스 뮤지컬인 <>는 지난 1999년 국내에 처음으로 탱고의 끈적한 선율과 정교한 춤을 선보여 탱고 열풍을 일으켰다. 이번에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는 현재 라틴 댄스 뮤지컬로서는 유일하게 토니상 안무 부문 후보에 오른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작품이다.

아르헨티나가 낳은 걸출한 음악가 루이스 브라보에 의해 1997년 만들어진 <>의 매력은 역시 평균 4~5분의 탱고 음악에 맞추어 추는 탱고 특유의 긴장감 있는 '터치'다. 원래 '만지다'라는 뜻의 라틴어(Tangure)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탱고 댄스의 접촉과 몸의 교차, 상대방을 향한 시선의 나눔은 보는 이에게 어떤 춤보다도 강렬한 긴장감을 준다.

2시간여의 공연을 통해 <>는 <리버 댄스>가 그랬던 것처럼 '올 댓 탱고'를 보여준다. 현악 세션 4명과 반도네온(아르헨티나식 아코디언) 연주자 4명을 포함한 총 11명의 오케스트라는 탱고의 음악적 변천사와 민족적 애환사가 농밀하게 녹아있다.

모든 것을 무대 위에서 불살라라

한편 다음달 초 3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르는 <>는 그야말로 춤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하다. 살사, 탱고, 지터벅, 왈츠 등 전 세계에서 추어지는 13가지의 볼룸 댄스를 2막 7장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 댄스 파노라마로 구성했다.

<>의 시작은 1997년 엘튼 존의 50번째 생일파티에서 비롯된다. 파티에 참여한 프로듀서 할리 매드카프는 이들의 환상적인 퍼포먼스에 반해 전 세계 쇼비지니스계에서 활약하고 있던 최고의 크리에이터들과 프로 댄서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하나의 팀으로 즐길 수 있는 쇼로 탄생시켰다.

오로지 춤의 현란함을 즐기기 위한 공연의 취지는 관객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에 대한 언론과 평단의 반응에 '뜨겁다!'라는 감탄사가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볼룸 댄서들이 등장해 두 시간 동안 뿜어내는 아드레날린과 이들을 뒷받침하는 가수들의 노래와 악단의 연주는 말 그대로 무대와 객석을 '완전 연소'시킨다.

<맘마미아> 같은 대작들도 브로드웨이에서 간판을 내려야 했던 지난해 경제불황 속에도 공연 연장의 기록을 세웠던 <>는 뛰어난 춤 실력과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만날 때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입증했던 좋은 사례가 됐다.

이른바 블록버스터 댄스들의 성공과 계속된 호응에는 기존의 춤 콘텐츠를 토대로 만들어낸 대중적인 서사가 있다. 처음부터 작품성과 대중성의 균형보다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철저하게 기획·제작하는 이런 방식이 이들 공연의 매력이자 대중의 열광의 이유인 셈이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