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escape'
2004-2005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1기 입주작가 김명진의 여섯 번째 개인전.

한지 콜라주로 객관적 우연을 연출하는 작가의 몇몇 작품에서는 두터운 물성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바탕 면에 밀착되어 있어 붓으로 그린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작가가 한지 콜라주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일정한 굵기의 탁본 재료를 사용했지만, 점차 구성요소들은 복잡해져 갔다. 명확한 계획에 따라 사전에 결정된 재료를 사용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융통성을 발휘했다.

임의적이긴 해도 익숙한 방식으로 계열화되었고 동일한 방법론을 관철함으로써 일관성이 유지되었다. 그의 탁본은 초현실주의의 프로타주 기법을 떠올리게 하는데, 사물의 표피를 베껴낸 형태와 작가의 무의식이 공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명은 초현실주의 미학에서의 '객관적인 우연'처럼 주관적이고 객관적 요소의 융합을 이룬다.

김명진에게 콜라주의 재료는 그 자체가 조각보 쪼가리 같은 조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잘려지고 연결되며 중첩되면서 예상치 못한 이미지들이 탄생한다.

반 정도만 가공된 소재를 정돈하고 이를 표면에 부착시키면서 반복과 변형의 과정을 거친다. 한 형태는 또 다른 형태를, 한 색채는 또 다른 색채를 연이어 산출한다. 작품은 무의식이 기록되는 수용기가 된다. 3월17일부터 3월30일까지. 가회동60. 02) 3673-058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