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버리겠네'
스스로 원하는 순수한 형태를 얻기까지 긴 시간 석고를 바르고 갈아내는 일을 반복하는 박소영 작가의 전시.

절묘한 타이밍에 무한할 것 같은 반복을 멈춘 결과의 실체는 바로 '덩어리' 연작들로 나타난다.

덩어리처럼 묘사해 놓은 'Going nuts-돌아버리겠네'는 창작의 고통과 번뇌, 혹은 개인적 괴로움을 작품의 큰 외형과 섬세하고 고운 외피로 표현해 무거운 심경과 예민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장치되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박소영 작업사의 숨겨진 레이어인 '하얀 수석' 시리즈를 목격하게 된다. '덩어리'와 '반복하다'의 교집합적 위치 정도로 해석되는 이 작업들은 소용을 다하고 버려진 것들에 대한 가치 재발견의 행위다.

또한 작가는 이번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 대한 사유와 필연도 놓치지 않고 작업과의 상관관계를 유기적으로 이끌어 낸다.

여관이 개인의 익명성을 전제조건으로 하지만 동시대인의 구성원들이 머물며 시간을 소요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듯,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익명의 개인과 동시대인의 교집합이 되는 시대적 고민과 사유들에 주목한다.

이렇게 접근된 개인의 현상과 사유는 개별공간의 익명성으로 대변되는 오늘의 역사를 발견하고,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한다. 3월24일부터 4월9일까지. 통의동 보안여관. 02) 720-840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