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자(The spore)2'
스스로의 뒤통수를 그리는 작가 이주형의 개인전.

작가는 2004년 <42>전을 시작으로 <프레파라트>전, <무정의술어(Undefined Term)>전 등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배신이나 충격을 당했을 때 흔히 '뒷통수를 맞는다'란 표현을 쓴다.

이처럼 뒤통수란 눈의 반대편에 달려있기에 스스로는 절대로 직접 볼 수 없는 미지의 장소라 할 수 있다.

사각의 캔버스를 기초로 시작되는 이주형의 작업은 무한의 공간으로 확장하듯 여백의 미를 보여주는 흰 배경과 세밀하게 그려진 대상 즉, 검은 부분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는 2009년부터 포자(The Spore)시리즈를 시작하는데, '포자'란 바로 작가의 뒤통수이자 머리카락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를 일컫는 말. '포자'란 무성적인 생식세포로 보통 홀씨라고도 하며, 다른 것과 결합하는 일 없이 단독으로 발아하여 새로운 개체가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숨 막힐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 머리카락들이다. 작가는 이것을 '불안'이라고 설명한다. 원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자라 온몸을 뒤덮는 머리카락은 곧 작가 내면에서 자라나는 두려움의 증식으로 연결된다.

생계에 대한 두려움, 작업에 대한 두려움, 관계에 대한 두려움 등 이 복합적인 혼합물은 조금씩 그 크기를 팽창시킨다. 3월31일부터 4월25일까지. 성곡미술관. 02) 737-8999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