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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미디어아트가 우리를 따돌리는 이유

미디어아트프리즘
가공적 시각 이미지와 산만한 일상 사이 간극 더 벌여 소외감 느끼게 해
  • 크리스 올덴버그, 'Spring'
청계광장에 들어선 올덴버그의 커다란 조형물 '스프링'은 제작과 설치에 34억이 들어간 초대형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서울시가 청계천 광장을 조성하면서 야심차게 기획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한 결과물이다.

청계천의 물줄기와 21세기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상징화한 이 작품은 작가의 이름값만큼의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만큼의 유명세는 치러야 했다.

진보나 보수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미술단체들이 올덴버그의 작품이 설치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미술의 공공성과 브랜드 가치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비싼 브랜드의 예술상품(?)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갖다놓는다고 해서 그것이 공공예술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 조나단 보로프스키, 'Hammering Man'
광화문 앞 흥국생명 빌딩을 지나다 보면 눈에 띠는 조형물이 있다. 제목 그대로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이라는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유명한 작품이다. 미디어 설치작품이라고 해야 할 지 키네틱 아트라고 해야 할 지 애매한 이 작품은 마치 체크무늬가 닥스 제품의 브랜드 마크인 것처럼 보로프스키의 브랜드 마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망치질 하는 사람'을 대량으로 많이 제작하였다. 이 고급 브랜드 예술품이 우리나라의 공공장소에 들어선 것은 대형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비용의 일정 부분을 공공미술에 지출해야 법령의 결과이다. 말하자면 정부의 공공미술 정책이 가져온 결과물인 것이다.

영국의 런던에서 최초로 건축주가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용의 1퍼센트 이상을 공공미술에 지출해야 한다는 법령이 지정되었다. 공공미술을 장려하기 위한 이 정책은 이후 '1퍼센트 정책'으로 불리게 된다. 영국보다는 약간 늦었지만 미국에서는 1959년 필라델피아에서 최초로 채택되었으며, 이후 수많은 도시에서도 채택되었다.

평소에 미술작품을 미술관에서만 관람해야 했던 일반인들로서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삭막한 도시의 거리를 예술작품으로 장식하는 효과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는 큰 위험도 존재한다. 그것은 공공미술이라는 개념 자체를 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에는 공공미술이 공공장소와 관련된 것이라는 선입견이 전제되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공미술이란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거나 전시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의 공공성이 설치된 공간의 공공성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믿음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미술의 공공성을 장소의 문제에 집중할 경우 오히려 애당초 생각했던 공공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 Unica Tower
벤야민을 황홀경에 빠트렸던 아케이드가 파리에 처음 들어섰을 때 파리의 시민들은 누구나 제약 없이 호화스러운 장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귀족들이나 부유한 계층들만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었던 오페라 건물과 달리 상품을 판매하는 아케이드 건물의 출입에는 제한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공공의 시설이 모든 대중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공공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한 시설들이 공공연하게 공개됨으로서 많은 대중들에게 소외감만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위생적이고 시각적으로 정돈된 도시를 만들고자 한 도시계획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19세기의 도시계획은 대중들을 위한 청결하고 산뜻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공공의 목적을 표방하였지만, 정작 청결을 명목으로 도시의 부랑자를 감금하고 삶의 보금자리를 파괴해버렸다. 도시의 구획화는 역시 음습한 곳에 세균처럼 거주하는 빈곤층을 몰아내고자 하는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원활한 순환을 위한 것이었다.

이미 도시의 공간적 구성 자체가 공공의 명목으로 계층 간의 불화를 재생산하는 구조인 한에서 장소의 공공적 특성에 주목하는 공공미술은 본래의 취지인 공공성과 달리 계층들 간의 단절만 강화시킬 뿐이다. 미디어 아트의 경우에 예술작품의 공공성은 매우 예민한 문제다. 그것은 미디어 자체가 지닌 근본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미디어는 대중들에게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공공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라디오나 텔레비전은 공공성이라는 명목 하에 국가권력의 엄격한 통제를 받았다. 레이몬드 윌리엄스는 텔레비전의 발명을 기술적 이유가 아닌 현대사회의 정치적 통제수단의 필요성에서 찾았을 정도이다. 미디어는 그 자체가 결코 공공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공공성이라는 명목으로 일반 대중들을 현혹하거나 관점을 조작하였다. 대중매체가 비판이론가들의 주된 비판대상이 된 것도 당연하다.

  • SK T-Tower
미디어가 정보의 일방적 전달로부터 다양한 소통의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브레히트였다. 그리고 엔첸스버그는 라디오라는 수신 장치를 간단히 개조하면 발신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텔레비전을 활용한 백남준의 전시작품이나 퍼포먼스도 텔레비전이 더 이상 바보상자가 아닌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디어의 공공성은 메시지를 대중에 전달한다는 데 있지 않다. 공공성은 단절과 소외를 극복하고 총체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데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미디어 아트와 관련하여 공공성의 문제는 여전히 장소의 공개성이라는 왜곡된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듯하다.

미디어 아트가 대형 건축물이라는 공개적 장소와 결합되어 공공미술의 한 형식으로 간주되는데서 매우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주로 건축물의 외관을 단순히 콘크리트 벽이나 도장으로 마감하지 않고 미디어를 활용하여 장식한 건물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건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압구정동의 갤러리아 백화점이나 SK T-Tower 등의 건물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우니카 타워(Uniqa Tower)는 건물의 외관이 LED 그리드로 되어있으며, 영상데이터를 받아들여서 화면을 구성함으로서 건물의 파사드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라는 미디어 아트의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웅장한 건물의 권위적인 특성을 지양하고 공공 친화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변화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작용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낙후한 동네의 낡은 건물이나 담벼락에 그림을 그려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공공미술 운동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값비싼 예술작품을 공공의 장소에 설치하거나 혹은 반대로 낙후한 거리를 벽화를 통해서 예술작품처럼 꾸미려는 노력은 거꾸로 그러한 가공적인 시각적 이미지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다.

말하자면 오히려 억지로 치장된 산뜻한 시각적 이미지와 산만하고 혼란스러운 일상 사이에 간극만을 더 많이 벌여놓을 뿐이다. 그것은 예술과 일상의 간극 자체를 문제 삼고 그 간극을 없앰으로써 공공성을 획득하려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선구적인 노력을 왜곡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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