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희, '원샷과 설정샷'
공공의 시선이라는 주제 아래 응시의 대상이거나 시선의 주체로서 작업하는 작가들과 본다는 것과 보여 진다는 것의 다양한 의미를 찾아보고자 마련된 전시.

그 첫 번째 전시로 영웅을 위한 미장센(mise en scene)이라는 부제로 한상윤, 임성희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두 작가는 흥미롭게도 돼지라는 동일한 소재로 작업을 하고 있다. 둘은 각기 다른 장치들을 이용해 유머와 해학으로 우리시대 영웅을 이야기한다.

한상윤의 작품에서 명품 망토를 걸친 슈퍼 히어로 돼지는 세상을 구하는 대신 골프를 즐기고 꽃밭을 날아다닌다. 이러한 노골적인 장면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지나치게 풍자적이거나 지나치게 해학적인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눈치 채게 한다.

그러나 그가 역설하는 것은 그 모든 것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하나 같이 목젖이 보이도록 웃어젖히는 돼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관람객 역시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넘기며 감상하면 될 뿐이다.

반면 임성희의 그림 속 돼지들은 조금 더 능청스럽다.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 보여 지는 미세한 표정까지 곳곳에 설치한 풍부한 장치들을 통해 현대 사회를 풍자한다. 작가의 의도는 명료한 화면 구성과 색의 사용, 다양한 표정 등을 통해 더욱 여과 없이 전달된다. 그의 작품은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영웅을 묘사한다. 5월1일부터 5월10일가지. THE gallery. 02)764-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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