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pper Drinking Fountain'
정승희 작가는 시간을 떠나 시간을 넘어서 바라본다. 정물화와 풍경화 안에 담긴 시간을 거슬러 재현한다.

우리가 상상하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이, 지금과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작업이 시작되고, 마음속에 품어두려 하고, 늘 생각하고 상상뿐이었던, 아니면 실제가 아니라고 단정지어버렸기 때문에 닫혀지고 숨겨져 있었던 이야기들을, 그 의미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드로잉을 한다.

정물화와 풍경화 속에 감춰졌던 이야기들을 시간의 경계를 넘어 끄집어내어 그린다. 그렇게 그려진 드로잉들은 현재진행형의 시간을 가장하기 위하여, 그림 속의 정물들과 풍경의 '살아있음'을 의미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그림-애니메이션으로 보여진다.

정물화의 기원이 되는 18세기 샤르뎅(Jean-Baptiste-Siméon Chardin)부터,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세잔느(Paul Cezanne), 그 후 20세기 시간을 초월하는 법을 정물화에서 찾으려 했던 모란디(Giorgio Morandi)까지, 그들의 정물화에 등장하는 사물들이 작가의 시간으로 읽혀지고 새롭게 그려진다.

또한 풍경들 역시 읽혀지는 시간, 공간 속에서 새로운 풍경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마음 속에 품어왔던 상상의 풍경들이 꽉 찬 공간 안에서 가상으로 펼쳐진다. 5월8일부터 5월18일까지. 갤러리 그림손. 02) 733-1045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