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 <박수는 언제 치나요?> 펴내

한동안 클래식 음악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던 '클래식의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듯하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기돈 크레머는 한껏 세워진 권위를 내려놓고 클래식 음악계의 익살꾼들(이구데스만과 주형기)을 대동하고 세계무대를 누볐다.

지난해 11월, 국내에도 내한한 바 있는 <기돈 크레머 되기>는 엄숙한 공연장에서 개그콘서트 공개 방송을 방불케 하는 공연을 펼쳤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이 어렵게만 보이던 클래식을 <파워클래식>이라는 책으로 풀어내며 2년 연속 음악부문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만큼 클래식 서적에 많은 후기가 달려있는 경우도 없을 거다.

<기돈 크레머 되기>와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에선 이전에는 좀처럼 느낄 수 없던 유쾌한 열기가 전해진다. 이들이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제껏 클래식의 '눈 맞추기 혹은 눈 낮추기'와는 차원이 다른 태도로 대중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대중의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이 클래식 음악의 고루함 때문이 아니라, '내려다보는 듯한' 클래식 업계에 대한 거부감이었음을 기돈 크레머와 조윤범은 간파했던 것이다.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호프 역시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클래식 업계에서 위기의식이 팽배해질 때면 그는 나서서 이렇게 얘기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위기는 클래식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을 전달하는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부재에서 오는 거랍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는 그는 독일의 한 방송국이 조사한 클래식 콘서트 관객의 평균 연령이 '64세'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란다. 하지만 의아했던 것은 다른 조사에서 19세 이상의 성인의 50%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있다는 대답이었다. 결론은 고리타분하고 위압적인 분위기가 그들을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를 보고 다니엘 호프가 자유기고가인 볼프강 크나우어와의 공저를 결심한 것은 클래식 음악을 이대로 역사 속에 묻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거다. 신간 <박수는 언제 치나요?>에는 콘서트의 자잘한 규칙들과 초보자들을 위한 음악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에세이처럼 편안하게 기술하면서도 '현대음악은 왜 어려운가?', '바로크는 얼마나 현대적인가?', '낭만주의는 낭만적인가?' 등의 진지한 질문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니엘 호프는 주변 사람들에게 클래식 콘서트에 가기를 권유하면서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을 종종 인용한다. "음악이 표현하는 것은 그 음악을 들었을 때 청중이 느낀 것, 바로 그것이다.

음악을 이해하는 데 반음, 온음, 화음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음악이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고, 어떤 느낌을 주고 우리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킨다면 음악을 이해한 것이다." 결국 클래식에 다가가는 가장 처음 단계는 마음을 여는 것이다. 아마도 다니엘 호프가 이 책을 통해 마음의 빗장을 열어줄 수 있을 듯하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