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와 딸의 삶에 관한 이야기.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서로 다른 삶의 경계선 넘어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 연극은 시대와 동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극단 은행나무가 준비한 창작극이다.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남편과 그의 내연의 상대와 함께 살고 있는 연순은 어느 날 느닷없이 흑산도에 사는 친정 엄니가 연순의 집으로 찾아온다.

흑산도의 무녀인 그녀는 같은 운명을 타고난 딸의 기구한 팔자를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식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모양새만 다를 뿐 한치도 다를 게 없는 모녀의 운명 앞에, 이미 죽었음에도 그 죽음을 의식하지 못하는 우둔하고 가엾은 딸.

말석은 딸이 생전에 그토록 좋아했으나 까다로운 남편 때문에 헤어져 살아야 했던 사연을 딸에게 들려준다. 딸은 어머니와 같은 운명으로 남편을 다른 여인에게 빼앗기게 된 사연을 깨닫고 무녀인 어머니의 도움으로 고향 바다로 돌아가 잠이 든다.

우리 민족의 단골 소재인 운명이라는 이름하에 기구한 삶을 살았던 연순과 말석 모녀를 통하여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호한 우리네 여인들의 카르마의 숙명을 추리극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5월12일부터 5월2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02) 3672-6051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