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바로크 오페라를 처음 소개했던 루이지 피치가 로시니의 대표작 <세미라미데>를 국내 초연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연출가인 그는 화려한 색채감각과 세련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피치 스타일'로 유명하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직접 챙기며 극의 완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그를 통해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공연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세미라미데>는 고대 바빌론을 배경으로 한, 볼테르의 비극 '세미라미스'를 원작으로 한다. 웅장한 규모와 벨칸토 창법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어 로시니의 오페라 세리아 중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를 고수했던 그가 프랑스로 거처를 옮기기 전 이탈리아에서 마지막으로 작곡한 작품이기도 하다.

바빌론의 여왕 세미라미데는 남편 니노가 죽은 후 왕좌를 물려줄 남성 후계자를 물색한다. 그녀 자신이 남몰래 사모하는 영웅 아르사체를 즉위시키고자 하지만 아르사체는 니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유령이 되어 나타난 니노를 통해 아버지가 세미라미데의 공모로 살해되었음을 안 아르사체가 그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세미라미데>의 일부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겹쳐진다. 아리아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Bel raggio lusinghier)'이 유명하다. 5월 13, 15, 16, 18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 T. 02-587-1950~2



이인선 기자 kell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