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숙 조각전손에 의한 모델링 조각 고수… 도발적 발랄함, 관능적 해학 발산
모처럼 내실 있는 조각전이 눈길을 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선보이는 <김명숙 조각전>이다.
김명숙 작가의 전시는 '조각의 본질'에 충실하다. 손에 의한 모델링 조각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이기에 작품에선 손맛과 재료의 물성(物性)이 온전하고 두드러진다.
마르셀 뒤샹에 의한 '오브제'작업이 출현하면서부터 손의 기술과 노동의 시간이라는 전통적 조각의 기반이 흔들린 이래 첨단 기술공학으로 무장한 '테크놀로지 아트'에 의해 조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김 작가는 조각이 왜 조각이어야 하는지를 작업으로 웅변한다. 조각의 밀도와 완성도, 그리고 물성의 문제를 충실하게 보듬으며 모델링 조각의 정수를 보여준다.
여체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작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곡면, 재치 있는 디테일 등이 조화되어 절묘한 구성과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또한 주재료인 석조와 니켈 합금, 백동 등의 물성을 절묘하게 구현해 인체를 발랄하고도 우아하게 표현했다.
김 작가는 이화여대 조소과와 홍익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80년부터 흰 대리석과 백동(白銅),브론즈,폴리에스터를 활용해 여체를 조각해왔다.
"여체에서 무한한 조형미를 이끌어내고 곡선의 단순화와 아름다운 선을 찾아 볼륨과 리듬감을 표현하면서 인체 조각에서 메시지를 창출하려 합니다."
김 작가가 인체 조각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는 "살면서 점점 작품에 많은 얘기를 담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그것은 작가의 삶에 소중하게 다가온, 그래서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가치인 듯하다. 작품에 명명된 'happiness(행복)', 'fantasy(환희)', 'pleasure(즐거움)', 'fortune(행운)', 'delight(기쁨)' 등과 같은.
이러한 가치들은 인생에 대한 관조에서 우러나온다. 이는 김 작가의 조각이 아날로그적인 전통을 유지하면서 모던한 시대의 변화를 담고 있는 것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 그의 조각은 정서적으로 지쳐있는 도시인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고 살짝 곁들인 애교에 미소짓게 한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