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현대무용제(MODAFE)'모던댄스 엑스포' 신설, 우리춤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 마련

엠마누엘 갓 댄스의 '사일런트 발레', 모다페 제공ⓒStephanie Berger
지금 프랑스의 칸은 두 편의 한국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영화 <시>와 <하녀>는 칸국제영화제에 동시 진출하며 수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기 급상승과 함께 필름마켓에서 판매 요청도 잇따르고 있어 한국영화는 다시 한 번 국제적 경쟁력을 실감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나 작품을 배출하지 못한 장르로선 부러운 현실이다. 춤계에도 장르 불문으로 대여섯 명의 인물들이 국제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현대춤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후보는 훨씬 적어진다.

춤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기량을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스타 무용가도, 세계적인 작품의 수도 적거나 없는 까닭이다.

이는 아직 우리 현대춤이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지만, 세계무대와 교류하는 창구의 부재가 한 원인일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무용축제를 보면 세계적인 무용단이나 무용가의 작품들을 매해 국내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의 무용가들이 세계무용계에 알려지는 통로는 개인적인 진출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재하는 실정이다.

리퀴드 로프트의 '러닝 스시', 모다페 제공ⓒchris haring
30살을 한 해 앞둔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이하 모다페)는 올해 프로그램에 이런 고민을 담아냈다. 크게 6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올해 모다페는 그동안의 운영방식과 마찬가지로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해외 춤의 소개와 국내외 무용가들의 협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중 신설된 프로그램 하나가 우리 현대춤을 해외 춤시장에 내놓는 공식적인 통로가 된다.

해외 7개 팀의 9개 작품이 공연되는 해외초청작 부문, 국내 현대춤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국내초청작 부문, 현대춤과 영상, 설치미술의 복합적인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국내공동작업 부문, 해외 안무가와 국내 무용가의 만남이 펼쳐지는 국제공동제작 부문, 국내외 안무가들이 공동제작하고 함께 출연하는 국제공동작업 부문 등 5개의 부문은 기존의 프로그램들을 더욱 세분화하고 특화시킨 인상이다.

특히 '성(Gender)'과 '거리(Distance)'를 주제로 삼은 올해 초청작들은 프랑스의 엠마누엘 갓 댄스(Emanuel gat Dance)의 <사일런트 발레>, 오스트리아의 리퀴드 로프트(Liquid Loft)의 <러닝 스시>, 안애순무용단의 <원-애프터 디 아더> 등 어느 해보다 파격적인 작품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선숙 모다페 조직위원장도 "성에 따라 파생되는 거리감뿐 아니라 지배자와 피지배자, 문화와 문화, 국가와 국가, 작품과 작품, 무용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자는 취지"라며 올해 공연작들에 기대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번 모다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역시 올해 신설된 MODA-EX 부문이다. '모던댄스 엑스포'의 줄임말인 이 프로그램은 국내를 포함해 아시아, 북미, 유럽, 중남미,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의 페스티벌 프로그래머와 공연예술 관계자들에게 국내 컨템포러리 무용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 MODA-EX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춤을 '수입'만 해온 데서 벗어나 우리만의 춤을 만들어 그것을 세계에 알리는 교두보를 만들자는 취지가 엿보인다.

6월 첫 날부터 4일동안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첫 이틀 동안은 국내 초청작품을 소개하고, 나머지 이틀에는 사전 접수된 작품 중 심사를 통해 쇼케이스 작품에 선정된 16개팀을 소개할 예정이다. 모다페 측은 MODA-EX가 단지 모다페 내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지원을 통해 꾸준히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애순의 '원-After the Other', 모다페 제공ⓒ황진
MODA-EX의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혹자는 비록 시작은 미흡하지만 매해 좋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보완한다면 우리 현대춤의 경쟁력도 함께 상승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반면 한 평론가는 통로 신설보다 세계가 주목할 만한 높은 수준의 작품들을 만드는 것이 우선 순위라고 지적했다. 과연 MODA-EX가 한국 현대춤의 해외 진출을 위한 효과적인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온전히 모다페가 이번 첫 행사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려 있다.

최상철 모다페 프로그래머

어떻게 MODA-EX를 만들게 됐나
국내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일회성 공연 이후 사라지고 만다. 사라져버린 작품들을 다시 불러내 빛을 발하도록 해야 하지만 국내시장은 너무 좁아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해왔다.

무용가들에게 해외 진출이란 어떤 의미인가
한 마디로 개런티의 문제다.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하지만 해외에서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무용가나 특정 작품이 정식 계약을 할 때 개런티가 만만치 않다. 우리 무용가가 이런 식으로 해외의 무용단체와 계약한다면 제작비 이상의 금액으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PAMS(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서울아트마켓)와 어떤 차이가 있나
PAMS가 공연예술 슈퍼마켓이라면 MODA-EX는 춤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프로그램은 국내를 비롯해 아시아에서도 최초다.

차진엽의 'The 1st', 모다페 제공ⓒ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인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구매력이 있는 해외 바이어들 앞에서 쇼케이스 형식으로 시연되고, 어떤 작품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얻게 된다. 양측이 직접 계약도 가능하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연계해 구체적인 계약사항에 관한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다. 앞으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해서 우리 무용가도 높은 개런티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