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오랜 시간 산과 감나무 등, 한국의 운치 있는 풍경을 고요하게 담아낸 김애영 작가의 개인전. 80년대 이후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그가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산과 감(나무)이다.

20년을 넘게 한정된 소재에 자적하고 있는 셈이다. 산이나 감(나무)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대상이다.

산이 많은 나라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산을 마주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다. 또한 감 역시 다른 과일에 비해 가장 토속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가 그리고 있는 산과 감은 일차적인 이미지로 끝나지 않는다. 풍경을 넘어서는 데서 그의 산이나 감은 독특한 사유의 옷을 입고 나타나게 된다. 산은 대상으로 다가온다기보다 매스로서 다가온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진득한 안료로 뒤덮인 산은 하늘과 대비되는 하나의 실체로서의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일체의 설명적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 그러기에 당당하다.

풍경으로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으로서의 산의 모습이 아니라 산이란 절대적 존재의 현시로 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감 역시 그렇다.

정물적 소재로서의 감이라기보다 감의 형태에서 자기 실체를 확인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5월 5일부터 6월 6일까지. 성곡미술관. 02) 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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