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인터넷 가미 '힙합 마당극'으로, 한국 춤·마셜 아츠 결합 '뮤지컬'로

뮤지컬 '홍길동'
대사가 이상하다. 무대도 이상하다. 인물과 이야기는 틀림없이 '홍길동'이지만 모두 어딘가 이상하다.

K-1을 연상시키는 무대, 비보이들의 힙합춤이 난무하는 군중씬은 <홍길동전>이라기보다는 비보잉 퍼포먼스에 가까워 보인다.

다른 '홍길동'에선 무대보다 객석이 더 시끄럽다. 홍길동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별안간 객석이 웅성웅성거린다. 흡사 스타가수에 열광하는 콘서트 같은 분위기가 연상된다.

'홍길동'의 옷을 입었지만 '홍길동전'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것 같은 이 공연들은 힙합 마당극 <신 홍길동전>과 뮤지컬 <홍길동>이다. 5월 내내 무대에 올랐던 <신 홍길동전>에 이어 6월부터는 <홍길동>이 '새로운 홍길동 퍼포먼스'의 배턴을 이어받게 된다.

5월 청소년공연예술제 참가작이었던 힙합 마당극 <신 홍길동전>은 원래 '국립극장, 고고고!'의 일환이었다. 전통과 신세대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21세기 무대에 '홍길동'을 불러내 청소년들의 고민과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들여다 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공연이었다.

힙합 마당극 '신 홍길동전'
'힙합 마당극'이라는 형식에는 제목만큼 실험적인 요소들이 대거 들어가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라이브로 연주하는 국악에 마당극이라는 전통공연 양식을 결합시키고, 비보이, 인터넷, 게임, K-1, 힙합, 뮤지컬 등 다양한 코드를 적재적소에 접목시켜 현대적 특색을 가미했다.

특히 이번 무대를 위해 '예술단 미르'가 세계적인 명성의 비보이크루 '라스트 포원'의 리더 조성국으로부터 몇 달에 걸쳐 배운 비보잉은 <신 홍길동전>의 백미였다.

한편 5일부터 극장용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홍길동>은 지난 2월의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나게 됐다. 이 공연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슈퍼주니어와 AMP, Time 등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는 스타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앞서 뮤지컬 <남한산성>(슈퍼주니어 예성)과 <아킬라>(슈퍼주니어 성민), <클레오파트라>(Time 여운) 등에서 뮤지컬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출연을 납득하게 한다.

초연 당시 뮤지컬 <홍길동>이 화제가 됐던 것은 특이하게도 전라남도 장성군과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합작한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두 단체는 조선왕조실록 연산 6년(1500년) 10월 22일에 등장한 '장성 사람' 홍길동이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의 모델이었다는 학계의 연구를 기반으로 '팩션 홍길동'을 창조해냈다.

뮤지컬 <홍길동>의 변주는 보다 한국적이다. 살풀이, 칼춤 등의 한국춤과 마셜 아츠를 결합시킨 안무와 대규모 전쟁씬을 스턴트 액션으로 재해석한 장면, 연희와 당산제를 퓨전 재연한 시도 등 볼거리에 집중한 점이 특징적이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한국적 선율에 팝페라적인 요소를 도입한 서울심포니오케스트라 넘버들은 관객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새로운 옷을 입은 두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객과 만나게 된다. 힙합 마당극 <신 홍길동전>은 향후 '국립극장, 고고고!' 네 번째 연극 레퍼토리로 상설 공연될 예정이다. 뮤지컬 <홍길동> 역시 이번 공연 후 중국, 일본, 미국 공연이 추진되며 한류를 준비하고 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